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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곤의 미래대화 Jun 18. 2023

베이비붐 세대의 두 가능성

세상에는 고마운 것이 많다. 서로 떨어진 곳들을 이어주는 다리도 그 중 하나다. 서울의 한강을 연결하는 28개의 다리를 통해 하루 200만대가 넘는 차량이 지나다닌다. 그런데 한강에 다리가 건설된 역사는 대단히 짧다. 최초의 한강다리인 한강철교가 1900년에, 두 번째 다리인 한강대교가 1917년에 준공되었다. 19세기말까지는 한강에 다리가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다. 다리가 없던 넓은 한강을 건너려면 얼마나 불편했을지 쉽게 상상이 간다.     


우리 사회에도 다리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도 그 중 하나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현재 6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약 720만명이다. 80대와 90대가 된 노부모를 봉양하면서 20대와 30대가 된 자녀를 키워온 세대다. 가난에 찌들렸던 근대 한국사회와 번영의 현대 한국사회를 모두 경험한 세대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와 정보화를 통해 뒤처져 있던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도 기여한 세대다. 가정에 있어서도 버팀목 역할을 해왔고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다리 역할을 한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인 1963년생이 올해 60세를 맞이했다. 법적 정년 60세를 지났으므로 직장에서 물러나 은퇴해야 한다. 이들은 축적된 경험도 많고 여전히 건강하다. 열정도 있고 더 일하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마땅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각자가 알아서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첫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둘째, 사회를 위해서도 뭔가 기여하고 싶은 열정으로 충만해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가진 이런 잠재력과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함께 고안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사회는 ‘고령자 부양사회’였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은퇴하고 나면 젊은이들이 은퇴한 노인들을 부양하는 그런 사회였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런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되었다. ‘고령자 자기부양사회’가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이런 고령자 자립사회를 가능케하는 첫 세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때 시민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던 것처럼,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하는 사회기여 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9월에는 60세 이상 600여명의 서명을 받아서 만든 환경운동단체인 ‘60+ 기후행동’이 발족되었다. 지난 4월에는 (사)미래포럼이 주최한 ‘베이비부머의 체인지메이커 실천선언’ 행사도 있었다. 베이비부머가 주도해서 더 나은 고령사회를 디자인하자는 운동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수없이 많다. 교육, 돌봄, 건강, 안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60+와 베이비부머가 주도하는 이런 사회기여 프로그램들이 더 활발히 생겨나서 우리 사회를 위한 새로운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베이비붐 세대는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든든한 새로운 다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아무쪼록 베이비붐 세대가 두 가능성을 모두 이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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