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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곤의 미래대화 May 07. 2023

숨어있는 시간

하루는 24시간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매일 똑같이 24시간이 어김없이 주어진다. 너무도 당연한 거지만 하루라는 시간이 항상 일정하게 반복되는 게 때론 참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하루라는 시간을 어떻게 구분할까? 대개는 오전, 오후, 저녁, 밤으로 나눈다. 식사시간을 고려해서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루의 시간계획을 세울 때도 오전 몇 시에 뭐하고 오후 몇 시, 저녁 몇 시에는 뭘 한다는 식으로 스케줄을 짠다.     


이렇게 하루의 시간을 나누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혹시 빠진 시간대는 없을까? 있다. 바로 한밤중과 새벽이다.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느냐로 올빼미형과 새벽형 인간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나를 고르라면 필자는 새벽 예찬론자다.     


새벽은 묘한 시간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찾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시간대다. 새벽에 깨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만나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밤과 아침 사이에 꼭꼭 숨어있는 시간이다. 하루를 자연 전체로 본다면 새벽은 때묻지 않고 숨겨져 있는 청정자연에 가깝다.     


새벽이란 시간은 신비한 시간이다. 이용할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시간이다. 우리의 정신을 가장 맑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다. 깨끗하고 정제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하루를 광산에 비유한다면 새벽은 채굴되지 않고 묻혀있는 고귀한 보석 덩어리다.     


100년이 넘는 우리 인생도 실은 하루하루의 집합이다. 나의 인생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지는 내 시간의 건축물이다. 그렇다면 하루 중에 숨어있는 시간인 새벽을 매일 만날 수 있다면 참 좋지 않을까. 최고의 자연을 느끼고 최고의 보석을 발견하는 느낌을 매일매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새벽도 그렇다. 숨어있어 우리가 애써 찾아야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힘을 들여서라도 만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귀한 시간이다.     


숨어있는 새벽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필자도 지난 15년 넘게 다양하게 시도해보았다.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기상시간을 계속 조정하고 당겨보았다. 05:05(오오!)에서 시작해서 04:04(영차영차), 03:33(삼삼삼)이 필자가 시도해본 기상시간의 예다. 지금은 03:30으로 가능하면 지킨다. 덕분에 매일 세시간 정도의 숨어있는 새벽시간을 찾아 잘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바쁜 속에서도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하루하루를 급하고 중요한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급하지는 않지만 정말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럴 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숨어있는 새벽시간은 큰 도움이 된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기에는 새벽이 가장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나다운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금쪽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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