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적에 우리 사회는 정말 가난했다. 흑백TV라도 있는 곳이 동네 전체에서 한 집밖에 없을 정도였다. 아버지가 일부러 남긴 쌀밥 한두 숟갈을 너무 먹고 싶어한 시절이었다. 가난했지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건 정말 좋았다. 저녁밥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오후내내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열심히 뛰어놀았던 것이 커서 삶의 에너지로 바뀐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때보다 훨씬 윤택하지만 쉼과 여유가 너무 없다. 초1부터 고3까지 푸르른 청소년기 12년 내내 공부와 입시에 시달린다.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무한경쟁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대학에 들어가도 고통은 끝나지 않고 취업을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인생의 어린시절 20여년을 너무 빡빡하고 고달프게 보낸다. 그래도 할 수 없다는 듯, 어른들은 애써 모른체한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과 청년의 삶에 제대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할 때다. 내 아이를 지금처럼 오로지 입시를 위한 공부만 하도록 하는게 맞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AI시대에 필요한 미래역량을 얼마나 가르치고 있는 걸까? 내 아이가 원하고 내 아이에게 맞는 자기다운 삶을 위한 준비는 얼마나 하게 하고 있을까?
필자는 최근 청년들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경험을 했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10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청년미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이들 청년에게 미래칼럼을 쓸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칼럼의 내용과 질이 전문가들 못지않게 좋은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에는 방한한 스웨덴의회의 산업무역위원회 위원들과 회의를 했는데, 위원장의 나이가 27세라는 얘기를 듣고 또 한번 놀랐다. 16살 때부터 정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라고 이렇게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유사한 예를 찾으면 실은 수도 없이 많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청소년과 청년들이 가진 역량과 잠재력은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도 오직 입시로 한줄 세우기만 하면서 청소년 각자의 재능과 가능성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교육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바뀌면 우리 애만 손해라는 생각도 바꾸어야 한다.
우선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좀 더 뛰어놀게 하자. 힘껏 뛰어놀고 여유가 있어야 건강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스포츠와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자. 아이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면 모든 부모와 학교가 그렇게 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시도하도록 기회를 주고 도전하게 하자. 본인의 재능과 역량을 발굴하고 키울 수 있도록 교사도 부모도 사회도 열심히 도와주자.
최근 일본 정부의 한 연구에서 한‧일 청년의 인식을 비교조사한 결과가 대단히 흥미로웠다. 일본 청년의 경우 사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자기자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년의 경우는 정반대로 사회에 대해서는 부정적,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우리 사회는 이 조사결과에 책임감있게 답해야 한다. 자존감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좀 더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으로 자기다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와 청소년과 청년을 미래세대라고 한다. 미래를 살아가게 될 세대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세대다. 우리 아이와 청소년과 청년이 든든한 미래세대가 될 수 있도록 애정어린 자세로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어린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이제 온 사회가 합심해서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건강하고 밝은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