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신뢰를 꼽는 게 일반적이다. 신뢰는 건강하고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고 수많은 사회갈등을 해결하며 사회통합을 이루는 소프트 인프라다. 한국 사회는 또 다른 귀중한 사회적 자본을 가지고 있다. 바로 건강한 60플러스다. 60플러스란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말한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60플러스는 약 1,391만명이다. 60플러스는 공통점이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었고,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열정과 도전, 인내와 끈기, 경험과 문제해결 역량이 몸에 배어 있다. 나이는 들어도 여전히 건강하고, 60플러스의 60%인 800만명 이상이 더 일하기를 갈망한다. 더 일하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아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건 개인차원에서도 사회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100세 인생에서 인생 후반의 40여년을 일 없이 의미있는 활동 없이 지내는 건 문제다. 사회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모습으로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800만 60플러스를 이렇게 내버려두면 사회시스템이 무너진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이 중대한 과제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60플러스 개인의 문제로만 보면 안된다. 60플러스는 우리 국민 누군가의 가족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보고 긴 안목으로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반드시 해결한다는 소명의식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풀어가자.
어떻게 해야 할까? 관점만 전환한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60플러스의 단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60플러스를 부양해야 할 부채, 구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주체, 기여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일하기를 원하는 건강한 고령자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적극 발굴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적은 돈을 받고도 일하고 기여하려는 60플러스들은 얼마든지 많다.
일반적으로 일자리는 민간기업에 의해 창출된다. 그게 자본주의 경제의 자연스런 이치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대변화의 흐름을 보면, 공공적인 성격을 지닌 사회적 일자리의 증대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돌봄 일자리, 사람키움 일자리, 안전지킴이 일자리, 환경지킴이 일자리, 정신건강지킴이 일자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긴 안목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중장기 미래비전과 전략을 만들고 20년, 30년 계속해서 일관되게 추진하자. 사회적 일자리 중에서 60플러스가 수행하기 적합한 일자리는 60플러스에 맡기자. 이런 노력이 쉼없이 지속된다면 60플러스 개인도 더 의미있는 활동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국가차원에서도 묻혀있는 귀중한 사회적 자본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5000만 국민 대부분이 100세 인생을 살게 되고, 누구나 60플러스가 된다. 이제 고령자는 결코 부채가 아니다. 일할 의욕이 있는 800만명 이상의 건강한 60플러스는 대한민국이 가진 자랑스런 사회적 자산이다. 건강한 60플러스들이 더 활발하게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고 개인의 생계에도 도움이 되는 사회적 일자리를 함께 끈질기게 만들자. 정책의지와 믿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