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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Nov 08. 2019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우리 브런치 사람들은요~...

"잘 지내요?"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당신은요?"

"네,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나도 정중하게 표현했지만 누군가를 만나면, 혹은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면 보통은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상대의 안부를 묻고 그것에 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런 식이다.


과거에 먼 곳에 있는 사람과 연락을 하려면 대부분 편지를 이용해야 했다. 종이 편지지 위에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면서 상대의 안부를 물었고 또 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렇게 주고받았던 편지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이메일로 변하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제는 대부분의 연락을 스마트폰의 메신저를 통해서 주고받게 되었다. 전화 통화를 제외하고 문자를 이용해 주고받는 이런 대화들은 최근 들어 점점 단문화되고 순간순간 사라지는 인스턴트 메시지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게다가 메신저에 상대방이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도 표시가 되다 보니 내가 하는 말에 대한 대답이나 반응이 없으면 이후의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곳 브런치라는 공간은 어떨까?

개인적으로 브런치를 시대에 맞게 잘 적용된 거대한 메신저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방식은 각자가 선호하는 주제, 형식에 따라 모두 다르게 표현된다. 그리고 나면 그 안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독자로, 또 누군가의 작가로 그렇게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주제가 있을 테고 좋아하는 형식이 있을 테니 각자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구독을 할 수도 있고 구독하게 되면 해당 작가의 새로운 글을 또다시 접할 수 있게 된다.


작가는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경험했던 일상 속에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여행 다녀온 곳을 소개하거나 사진으로 보여준다. 읽고 배운 지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힘들거나 우울했던 맘을 나타낸다거나 함축적인 시로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히 주고받는 의사소통이 아니더라도 “나 여기 어디쯤 살아있어”, “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어”라며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작가의 글은 편지가 되어 날아온다.


독자로 글을 만나게 되면 글을 읽고 난 후에 댓글을 달거나 라이킷을 누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독자와 작가는 댓글을 통해 서로의 공감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때로는 작가가 자기 글을 좋아해 주는 상대방의 새로운 독자가 될 수도 있다. 설령 적극적으로 이런 두 가지를 하지 않더라도 클릭하여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조회수라는 발자국을 남길 수도 있다.


물론 응원의 댓글을 보며 힘을 얻을 수도, 쌓여가는 하트수와 높아지는 조회수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나 숫자가 모든 것을 대변하진 못한다. 이보다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독자가 되고 작가가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며 삶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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