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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Nov 09. 2019

타임루프 속 소개팅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던 카페 안, 옆자리 테이블엔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흐른다. 날씨가 추워져서일까 아니면 곧 연말이 다가와서 일까, 카페에 앉아 있노라면 주변에 소개팅하는 커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소개팅하는 커플은 누가 봐도 소개팅을 하고 있구나 하는 티가 났다.


타임루프 :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의 하위 장르로,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이 동일한 기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 출처 : 위키피디아


타임루프 영화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주인공이 동일한 시간, 사건을 지속적으로 겪으면서 그 상황 속에 익숙해지고 그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등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흔히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법한 이 타임루프를 우리는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소개팅” 

사건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빠르면 중, 고등학교 혹은 대학시절부터 반복되는 이 사건은 타임루프 속에 갇혀버린 채 그곳에서 탈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마치 소개팅을 하는 시간 속에 갇혀버린 SF영화 속 주인공처럼 매번 새로운 소개팅을 반복하곤 한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변화도 일어난다. 나이를 먹고, 신분이나 직업과 사는 곳이 바뀌며, 가장 큰 변화는 매번 새로운 상대방과 만난다는 것이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짧은 순간 나를 표현하는 방식은 정형화되어가고 흔히 하는 말로 레퍼토리가 만들어져 간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사건은 단지 일회성으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소개팅 이후의 이벤트가 일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차를 마신다거나, 식사를 같이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하는 등 타임루프에 갇힌 주인공처럼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 냈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변하기도 하며, 낮부터 밤까지 시간이 바뀌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이 바뀐다거나 옷차람이 바뀌는 등 외모에도 변화는 존재했다. 하지만 결국 안타깝게도 이 타임루프 속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있다.


가끔은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취미 생활에 빠져서 그렇게 잠시 외면하며 살다가도 또다시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어차피 똑같은 결과만 반복될 뿐이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불빛을 보면 달려들 수밖에 없는 나방이라고 된 듯 그저 그렇게 말이다.


첫인상을 결정짓는 시간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들이 있겠지만 아무리 길어도 5초 이내로 그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한다. 또한 그것과는 별개로 상대방을 마음에 드는 이성으로 인지하는데도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첫인상으로만 판단하고 본능에 의해서만 결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을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차가워진 공기와 함께 밤은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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