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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Nov 12. 2019

생각을 멈추다

어떡하죠...

"띠링~ 띵, 6시간 동안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오전 12:00 전에 취침하세요"

밤 12시, 취침시간을 알리는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평소 같으면 매일같이 글을 쓰고 있었고 알람이 울리기 전에 새로운 글을 발행한다거나 아니면 다른 글들을 읽고 있을 시간이었다.


"아... 이를 어찌해야 한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입에선 나지막이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랬다, 요 며칠 생각이 멈춰버렸다. 막상 모니터를 보고 글을 써야지 하고 있어도 아무런 글감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작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자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버거워졌다. 그런 와중에도 평범한 일상은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말 속에서 글을 쓰겠다는 의지만으로는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적었던 글들은 모두 지워버렸다.


무작정 라디오를 켰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문득 라디오가 듣고 싶어 졌다. 오랜만에 켠 늦은 시간 라디오에서는 잠들기 전에 들으면서 스르륵 잠들 수 있도록 세상에 모든 글과 말을 읽어준다는 코너가 시작되고 있었다. 라디오 DJ는 소설 속의 한 구절, 드라마의 대본의 일부분, 시 한 편을 읽어주었다. 세상에 참 좋은 글들이 많이 있고 그런 멋진 글을 쓰는 사람들 속에 불쑥 발을 내디뎠던 나는 이제 망설이고 있었다.


라디오 DJ의 멘트와 흘러나오는 노래 속에 잠시 복잡했던 맘을 내려놓았다. 유튜브나 각종 다양한 미디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라디오가 갖는 장점은 명확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아도 누군가 좋은 말과 글, 좋은 노래를 들려준다는 것이었다. 그 우연함 속에서 내가 모르던 새로운 노래들,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되니 선택에 대한 고민도 고통도 필요 없이 그저 흘러나오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었다.


내려놓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잠시 주춤했던 발걸음을 무심히 툭 앞으로 내려놓고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 잘 보이고 싶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 편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글쓰기에 대한 푸념과, 아무 일도 없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투정 같은, 늘어놓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로 새벽 시간은 채워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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