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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Nov 12. 2019

5분만 더 자면 안 돼요?

이불 밖은 위험하단 말이에요!

오전 6시, 핸드폰 알람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다. 새벽에 늦게까지 글을 써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뭔가 그동안의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매번 5분만 더를 외치며 이불속에서 못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번쩍 눈을 뜨고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평소 30분 이상은 일찍 출근하는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조금씩 늦어지더니 최근에는 출근시간에 거의 다다를 때쯤 회사에 도착하게 되었다. 늘 이러지 말고 일찍 출근해서 여유를 갖자고 하면서도 몸이 말을 안 듣는 건 무슨 이유였을까.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지하철을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침시간의 30분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말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불어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평소와 다르게 훨씬 일찍 집을 나서 회사로 향하는 길의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발걸음의 무게와 비슷하게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을 태운 지하철도 가벼운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덕분에 지하철에 편하게 앉아서 회사가 있는 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평소 출근시간에 가까워져서 회사가 있는 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에서 내뱉어질 때,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계단에 쓸려 오르고 혼잡한 에스컬레이터에 설 때면 맘속으로 늘 "누굴 탓하겠어... 내 탓이지... 조금만 빨리 나오자 제발..." 하는 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 계단을 오르고 에스컬레이터에 서면서 문득 다시 느꼈다. "일찍 오니 이렇게 여유로운 것을!". 결국 그랬다, 여유는 스스로 찾는 거였는데 그동안 5분 만을 외쳐대고 이불속에서 뛰쳐나오지 않았던 자신이 문제였던 것이다. 잠을 좀 내려놓고 출근 준비를 했으면 되는 거였는데 그걸 붙잡고 있었으니 복잡한 출근길 혼돈의 카오스 안에서 허우적 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흔히들 무언가 얻기 위해서는 그와 동등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진리라고들 말하지만 꼭 뭔가 희생을 해야만 얻는 건 좀 아쉽지 않을까? 그냥 좀 얻을 수는 없을까 하는 한량의 마음을 먹어보았다. 하지만 이른 아침잠을 버리고 출근길에 오르며 한껏 여유를 찾았던 나 자신과 함께, 그동안 잘 써보겠다며 끙끙대던 욕심을 내려놓으니 편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사람들 말이 다 헛된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불 밖은 늘 위험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가 귤을 까먹고 있을 때의 행복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불 밖이 위험하다는데 공감할 것이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질수록 이른 아침 이불속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어질 테지만 잘할 수 있을 거란 다짐과 함께 5분 단위로 끝없이 울려 줄 알람 시계를 맞춰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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