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정이 Nov 14. 2019

순간이동이 꿈이었다

지각이 제일 무서웠어요

"투다다다다다다다다"

아침 출근길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저 멀리서 한 학생이 뛰어 오고 있었다. 목적지는 다름 아닌 아침 등교버스. 그 버스를 타기 위해 학생은 아침부터 그렇게 전력질주를 하며 뛰어가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까지는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걸렸다. 등교시간은 오전 7시. 매일 아침이면 씻고 일어나 학교로 나가기 뛰쳐나가기 바쁜 시절이었다. 가끔은 이대로 걸어가다간 누가 봐도 지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이거나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학교로 걸어가고 있을 때면 속으로 늘 생각했다. 만약에 이런저런 초등력 중에서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순간이동을 하고 싶다고. 집 앞에서, 혹은 걸어가던 이 순간 바로 순간이동해서 교실 안 책상에 앉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게 세상에 있을 리가. 늦게 일어난 날이면 어김없이 지각을 했고, 덥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꾸역꾸역 걸어서 학교로 갔어야만 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어느샌가 순간이동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무래도 타이트하게 관리를 받던 학교를 벗어나게 되어서 그런 건진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문득 나이를 먹고 나서 성인이 되면 순간이동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건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 주자창 혹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집 밖을 나와 이동한다. 그리고 차를 운전해서 목적지로 이동하고 볼일을 본 후에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비가 오거나 날이 덥더라도 특별히 거리낌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운전을 배우고 자동차를 갖게 되는 시점에 우리는 순간이동을 배우게 되는 게 아닐까?


바쁜 현실 속에서는 내가 아닌 시간이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듯 정신을 차려보면 일주일이 지나가고, 한 달이 지나서 카드 결제일은 돌아오고, 계절이 바뀌어갔다. 밤늦게까지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집에 돌아와 잠깐 눈만 붙였을 뿐인데 어느새 정신을 사무실 안에서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깐 눈만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또 회사에 와 있다니,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던 것 아니었냐며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새 회사생활에 익숙해져 가면서 순간이동을 갈망하기보다는 여름휴가를 갈망하게 되었고, 모아놓은 월급을 털어서 어디로든 여행을 떠났다. 학창 시절 순간이동을 갈망하던 아이는 어느새 그렇게 얻을 수 없는 초능력은 뒤로 한채 세상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5분만 더 자면 안 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