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어서 나아지길 바랍니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허리를 좌우로 비틀거나 어깨를 돌리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틀 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연신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스트레칭에 가까운 움직임을 하고 있는 걸 어쩔 수 없이 보고 있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 옆에 세워진 어느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운동하는 날, ㅇㅇㅇ점" 무슨 말인가 가만히 들여다보니 헬스장 이름이 "운동하는 날"이었다.
헬스장 이름이 운동하는 날이라니 너무도 직관적이면서 세상 심플하지 않나 싶었다. 그렇게 내 앞에 서서 움직이고 있던 사람과 함께 헬스장 입간판을 보고 있자니 요 근래의 저질 몸뚱이가 되어버린 내 모습에 '이걸 어찌해야 하나' 라며 짧은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헬스라는 운동이 꽤 매력 있는 건 사실이다. 요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헬스에 대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헬스장과 더불어 퍼스널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들도 많이 등장했다. 회사 근처에는 왜 그렇게 헬스장이 많은 건지 한동안은 각종 헬스장 전단지와 파격 세일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이며 손에 한가득 담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마다 자기에 맞는 운동은 존재하는 법, 몇 번의 시도 끝에 헬스랑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왜인지 모르게 헬스만 하면 다치는 건지, 운동을 하며 다치거나 혹은 그와는 또 다르게 다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 등록한 헬스장을 끝까지 다녀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헬스장과는 상처만을 남긴 채 이별하곤 했다.
이렇게 운동을 못함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운동이 있냐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수영이라는 두 글자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학창 시절 물에 빠져 트라우마가 있고 난 후 어른이 되어서도 한참이 지나서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수영이라는 운동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초반에는 단순히 물속에서 숨을 쉬어야 한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허우적거리며 아무런 근심 걱정할 수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있었고, 시간이 좀 흐르고 난 뒤엔 물소리를 들으며 수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자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생각이 이렇게 이어지니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몸을 움직이던 그 사람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퇴근 후 운동을 하고, 일상을 즐기던 시간들은 이제는 어느새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현시대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실내 체육 시설들은 무기한 휴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운동하는 날은 잠시 멈춰있다.
단지 상황이 어서 나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모두가 평범했던 일상을 되찾고 더 이상 아파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기만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