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흔히들 얘기하는 ‘그런 엄마’는 아니었다.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보드라운 손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
꼭 필요한 얘기를 하는 것 말고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눈다거나 내 생활에 대해 잔소리를 하는 일도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의 나는 늘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 느꼈다. 아무리 사랑을 달라고 외쳐도, 엄마는 늘 바쁜 모습이었다.
스무 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혼자 살게 되었다. 가끔씩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친구네 엄마가 바리바리 싸다 준 반찬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대학을 잠시 쉬며 6개월간 인도에서 지낼 때 무수히 보낸 편지에 답장 한번 보내주지 않던 엄마가 너무 야속했다.
어린 시절엔 그저 가만히 앉아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기만 했는데 언젠가부터 엄마를 만나면 난 엄마에게 원망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며 엄마도 이렇게 좀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엄마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워했다. 엄마도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서툴고 모르는 게 많았다고, 네가 상처 받고 속상했다면 미안하다 했다.
엄마의 사과를 받고 나서도 한동안 엄마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럴 때마다 미안해하는 엄마의 얼굴에 그동안 받지 못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마음은 조금씩 아물어 갔고 엄마의 마음은 조금씩 패어갔을게다.
세월이 흘러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밤, 아이에게 수유를 하며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워주셨을 텐데.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이렇게 건강한 어른이 되어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살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일인데, 내가 엄마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가 날 사랑해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엄마가 날 사랑해 주는 방식이 안타깝게도 내가 원하던 사랑의 방식과 조금 달랐을 뿐이었던 것을….엄마도 서툴렀던 것이지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음을... 엄마가 처해 있던 상황들이 어린 나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넬 여유가 없을 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그날 밤, 엄마를 원망했던 지난날이 미안해, 뜨거운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