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부모님께서는 아주 가끔씩 우리 집에 오신다. 정말 아주 가끔이다. 결혼생활 10년을 통틀어 손에 꼽힐 정도다.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적게 방문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부모님이 오신다 하면 굉장히 설렌다. 그동안 못 나눈 얘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고, 주변에 좋은 곳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두 분을 맞이한다.
띵동~
초인종 소리와 함께 두 분은 김장김치와 밑반찬을 들고 들어오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부모님은 소파에 한 번 앉아보지도 않고 임무를 시작한다. 엄마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베란다와 화장실을 마법 같은 손길로 청소한다. 지저분한 거 버리고 물건 제자리에 놓고 마지막으로 물청소까지, 엄마가 지나간 공간은 반짝반짝 윤이 난다. 아빠는 엄마의 청소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쉴 새 없이 내다 버린다.
이상하다. 분명, 부모님이 오신다고 나름 신경 써서 청소를 해 놓았는데 나의 청소란 너무도 미흡한 것이었나 보다.
"엄마, 부부 청소단 같아. 두 분이 청소하러 다니면 대박이겠는데?"
민망한 내가 두 분을 놀리니 한바탕 기분 좋게 웃고 나서 또 각자 할 일을 하신다.
집안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야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신다. 몇 마디 대화도 못했는데 아빠는 또 엄마를 보며 말씀하신다.
"할 일 다 했는데, 이제 슬슬 가지!"
뭐야. 두 분은 청소하러 오셨나? 내가 이것저것 계획 세워놨는데, 하나도 못해보고 가신단다. 서운하다. 또 언제 오실지도 모르는데 하룻밤 자고 가지.
섭섭한 마음으로 두 분을 배웅하고 소파에 앉아 깨끗해진 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 난 부모님과 두 눈 맞추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두 분은 늘 쉴 새 없이 바빴다. 생업을 위한 일 말고도 할 일은 넘쳤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성격의 두 분 덕에 우리 집은 늘 깨끗했다. 자식들에게 깨끗이 빨래한 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이는 일이 한두 마디 따뜻한 말보다 중요한 분들이셨다. 우리가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라셨던 게다.
그것이 우리 부모님만의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마흔이 다 된 딸의 집을 청소해 주고 뿌듯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나저나 고민이다. 깨끗한 이 모습을 잘 봐 두었다가, 다음번엔 부모님이 손댈 수 없을 만큼 깨끗이 청소를 해두어야 할까? 아니면 부모님이 딸네 집 청소해주며 뿌듯해하실 수 있게 조금 어설프게 청소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