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딸에게서 어린 시절 나를 본다

by 씨앗의 정원

당연한 말이지만 딸은 나를 똑 닮았다. 눈빛, 표정, 말투는 물론 어쩜 화내는 모습까지 나를 쏙 빼닮은 건지 민망한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딸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나를 본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나에 대한 엄마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될 것도 같다.



이전 글에서도 밝힌 것처럼 우리 엄마와 나는 그리 친하지 않다. 나만 엄마를 서먹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엄마도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엄마와 나의 관계가 어색하고 불편한 것은 아마도 엄마와 나의 타고난 기질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궁합이란 것이 있다고 하는데, 가만 보면 엄마와 난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엄마는 살갑게 챙기는 성격이 아니고 난 아주 예민하게 감정을 주고받는 편이다.


그래서 엄마는 엄마의 스타일대로 나를 사랑했고, 난 그것이 사랑임을 알지 못했다.



우리 딸과 함께 지내다 보면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같은 말이라도 조금 부드럽게 표현하면 좋을 텐데, 신경을 자극하는 말투와 표정 그리고 단어 선택까지 아주 얄밉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징징대고 짜증을 부린다. 고막을 파고드는 그 예리한 소리를 참아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게 꼭 내 어릴 적 모습을 닮았다.

“그래, 내가 그랬었지, 이 아인 날 닮은 거구나.”

우리 엄마도 나 때문에 기분 상하고 짜증 나는 일이 꽤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가 이번엔 딸아이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 늘 바쁘셨던 부모님은 내가 무언가를 요구할 때 반응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참다못한 난 최후의 수단으로 울며 짜증을 냈었다.


그럼 엄마는 “얘는 꼭 이렇게 징징댄다!”며 또 나를 나무라셨다. 사실 나의 요청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고 굳이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치 않은 일도 많았다. 단지 조금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보냈던 사인이, 삶에 여유가 없는 엄마가 보기에 이유 없이 떼를 쓰는 아이로 보였을 거다.


엄마는 내가 보내는 수많은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고, 마지막 폭발하는 순간만 보고 ‘이유 없이 떼를 쓴다’고 하셨다. 오빠도 동생도 떼를 쓰는데, 엄마는 내가 떼쓰는 것을 유독 못 견뎌하셨다. 엄만 왜 나한테만 그럴까? 어린 마음에 슬픔이 쌓였다.




“그래, 아무 이유 없이 우리 딸이 짜증을 내는 건 아니었을 텐데,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내가 또 놓쳤나 보네.”


어린 시절을 반추해 이런 결론에 다다르면 그제야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엄마의 공감과 이해를 느낀 아이는 금세 마음이 풀리고 표정이 환해진다. 다행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축복이지만, 엄마의 입장이 되어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제라도 엄마의 입장을 헤아려볼 수 있어 또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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