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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Aug 12. 2021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동서양의 다른 시각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대표선수 613명 중 567명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나머지 100여명이 미접종했다. 미국 정부는 백신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으로 올림픽 출전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영선수 앤드루는 접종을 하지 않은 이유는 올림픽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자신의 몸에 다른 것을 주입하여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양인은 백신접종을 선호하지도 않고 정부가 권고해도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접종자에게 주는 보건통행증(health pass)에 대해서 강하게 저항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은 5월부터 접종계획을 세워서 접종 완료 후 올림픽에 참가했다. 한국 시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백신접종 예약을 위해 온가족이 동원되거나 심지어 밤을 새기도 한다.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잔여백신 카톡 알림이 울리면 이를 차지하기 위해 애쓴다. 어떤 차이가 이런 현상을 만드는가. 동서양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서양에서 백신에 대한 저항과 불신은 백신 임상시험에 대한 의심도 한 몫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매독 임상시험으로 일명 터스키기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72년 진 헬러에 의해 뉴욕타임스에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미국 남부에서 성병이 확산됨에 따라 치료약이 필요했고 미국 정부기관은 무작위실험방법을 택했다. 신약의 효과 증명을 위하여 위약(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그룹 테스트가 필수다. 문제는 위약그룹원 중 질병이 심각한 환자에게 어떤 치료도 하지 않고 위약만 준다. 환자는 위약만 먹다가 결국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연구의 피험자는 앨라베마 주 메이컨 카운티에서 매독 발병률이 급증하는 터스키기 마을 주변에 거주하던, 가난하고 대체로 문맹인 흑인 남성 소작인들이었다. 임상시험에서 치료받지 않은 피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물 두 명의 여성과 열일곱 명의 자녀 그리고 두 명의 손자를 감염시켰다. 이것이 터스키기 사건이다. 미국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살아 있는 모든 매독환자들에 3만 7,500달러를, 대조군 역할을 한 피험자에게는 1만 5천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백신접종이 시작되었을 때 뉴스에 보도된 사진 중 하나는 흑인 간호사였다. 미국 정부는 흑인들에게 백신을 맞아도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흑인을 앞에 내세웠고 이 보도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흑인들이 백신접종을 저항하는 이유는 터스키기 사건처럼 자신들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의 표시다. 흑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FDA인증을 통과하기 위하여 지금도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가난한 국가에서 백신이나 신약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헬싱키 선언 위반이라는 것이다다. 이 선언은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협회 총회에서 제정·채택되었다. 헬싱키 선언은 인간 피험자의 안녕에 관한 고려가 과학적인 중요성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한다. 이 선언은 의사윤리와 임상시험에 관한 기본적인 준칙이나 국가 간의 협정이 아니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래서 신약을 승인하는 FDA는 헬싱키 선언을 준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제약회사들은 면죄부를 받는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꺼린다. 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유가 뭘까. 서구 시민들은 백신의 문제점을 알고 있고 정부의 정책에 개인이 대응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들은 정부가 개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백신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접종하여 나로 인하여 이웃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에 감염되면 가장 두려운 것이 내가 코로나를 퍼뜨린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 정책을 잘 따르고 백신접종에도 거부감이 적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초기에 비해 힘이 약화되어서 감염되어도 감기처럼 지나가거나 무증상인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양인들은 굳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인류최대위기인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해서 백신을 생산해야 하고 특히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1상은 안전성 검증이고 2상은 소규모그룹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된다. 3상은 대규모 시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느 뉴스매체도 3상 시험을 어디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보도하지 않는다. 임상시험을 어디에서 했기에 이토록 빠른 시간에 임상이 가능했을까? 제약회사는 코로나백신의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확신했다. 말라리아, 결핵 등 개도국에서 만연하는 질병과는 달리 코로나19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회사를 갖고 있는 미국, 영국 등의 정부는 서둘러서 백신개발을 요구했고 제약회사들은 이들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나는 <인체사냥>을 통해서 백신을 비롯한 신약개발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인권을 준수하면서 개발해야 하지만 과도한 경쟁과 기업의 이익이 최우선시 되는 분위기에서 제약회사들은 권고사항인 헬싱키 선언을 준수하지 않고 신약과 백신을 개발한다. 신약개발은 공중보건을 증진시켜야 하며 개발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소니야 샤는 “의약품은 단지 일용품이 아니라 사회재이며, 의약품 개발은 인간에 대한 실험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실로 남아있는 한, 우리는 그것을 올바르고 정당하게 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인체사냥, 260)고 주장한다. 유례없이 전국민이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쓴이. 천천히님.


* 이 글은 글맛공방의 '서평쓰기'를 수강하신 분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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