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고 김장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우리 집 밥상에 등장하는 겨울 반찬이 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무 반찬입니다. 특히 11월 말부터 다양한 무 반찬이 하나둘씩 자주 올라오기 시작했지요. 간장 양념 맛이 진하게 배어 있는 고등어 무조림, 맑게 때로는 얼큰하게 끓인 소고기 뭇국, 새콤달콤한 식초 양념에 버무린 무생채와 생굴무침은 엄마 손맛이 머리에서 그대로 그려지는 추억 어린 겨울 밥상입니다.
그중에서 무나물 볶음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고 늘 챙겼던, 제가 가장 좋아하던 무 반찬입니다. 이른 아침 학교 가기 전 입맛이 없어 밥이 잘 넘어가지 않더라도 뜨뜻한 무나물 볶음에 밥 한술 비벼 먹으면서 그렇게나마 아쉬운 대로 아침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지요. 때때로 토요일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배고프다고 하면 엄마는 냉장고에 넣어둔 무나물 볶음에 찬밥을 넣고 쓱쓱 비빈 후 김가루를 뿌려서 한상 채려 주셨습니다. 그렇게 먹던 그 맛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손쉽게 만드는 엄마표 무나물 볶음
김장을 끝내고 나니 김치 속재료로 샀던 무 몇 개가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그동안 무나물 볶음은 한 번도 안 해 먹었네요. 너무 쉽게 만들 수 있는 밑반찬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엄마표 무나물 볶음은 엄마가 공책에 적어두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반찬 배우던 시절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라고 하면서 보여주던 그때를 떠올리며 무나물 볶음을 만들어봅니다.
엄마가 알려준 무나물 볶음은 정말 간단하고 쉬운 반찬입니다. 먼저 무를 채 썬 후 멸치와 다시다로 육수를 냅니다. 그리고 다진 마늘, 들기름, 집간장을 넣고 무가 익을 때까지 푹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무나물을 볶을 때 국물이 적으면 나중에 먹을 때 너무 퍽퍽해져서 맛있는 맛이 덜합니다. 그래서 엄마는 무나물을 볶을 때면 육수 국물을 넉넉히 잡고 만드셨지요. 그렇게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니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한 끼 식사 간단하게 챙길 수 있는 밑반찬 하나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아들, 무는 겨울무가 보약이라고 하더라. 이렇게 만드니까 무나물 볶음 어렵지 않지? 이제 겨울 되었으니까 네 몸에 잘 받는 무 잘 챙겨 먹어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