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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Mar 12. 2019

예산 금오산 둘레길 봄나들이

금오산 친구들과 함께 걷는 봄맞이 산책길



일상생활 속 작은 안식처, 금오산 둘레길


어느덧 '길 위에서 자연 친구 만나기'를 시작한 지 9년 차에 접어듭니다. 이제는 어느 장소를 가든 지간에 그곳에 어떤 친구들이 살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게 됩니다. 경치가 제 아무리 좋더라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야생동식물이 없거나 그 수가 미비하다면 그곳은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지요. 그래서 길 위에서 풍성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여행길은 언제나 고맙고 소중하기만 합니다. 길을 걷는 도중 순간순간 제 눈앞에 나타나는 그들로 인해 자연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은 저에게 평온을 가져다주는 케렌시(Querencia)입니다.


금오산 둘레길은 제 일상생활에서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싶은 순간이 문득 찾아와도 굳이 차를 타고 떠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길이라 더 소중한 보물 같은 공간이지요.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시골산처럼 보이지만 천천히 거닐다 보면 도시공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생생한 야생이 아직 살아 숨 쉬는 길,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곳에 찾아오는 3월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길을 나섰습니다. 금오산 둘레길은 금오산에서 내려오는 예산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합니다. 예산천 물길 따라 걸으며 인근 동네를 지나치면 갑자기 길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차를 피해 오롯이 걷기에 집중할 수 있는 오솔길이 숨겨져 있지요. 그리고 이 길을 걸으면서 점점 더 깊숙이 금오산 품 안으로 들어갑니다.


금오산 둘레길 초입 풍경



봄 산책길 시작을 알리는 곤충 친구들


추운 겨울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조류 친구들만 볼 수 있었던 산책길이 다채로워집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곤충 친구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네발나비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러 세상 밖으로 나왔네요. 그리고 오늘은 흰나비도 만나고, 막 피기 시작한 큰개불알풀 꽃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꽃등에도 볼 수 있습니다.


봄을 맞이해 모습을 드러낸 곤충 친구들


금오산 둘레길에서 만난 자연 친구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다 보면 예산천 물길이 잠시 머물렀다 흘러가는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이곳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연못 풍경을 바라봅니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연못은 봄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물이 가득 차 있고 그 안에서 흰뺨검둥오리들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휘익하고 모습을 나타낸 노랑턱멧새 한 마리가 멋지게 포즈를 취하길래 재빨리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금오산 둘레길 봄맞이 풍경 #1


다시 길을 나섭니다. 옻샘 약수터를 지나 좀 더 위쪽으로 깊이 들어갑니다. 왼쪽에는 예산천 물소리를, 오른쪽에는 우거진 관목 사이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산새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지요. 오늘 날씨가 좋은 걸 조류 친구들도 아는지 오늘따라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합니다. 하늘에는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겨울철새 말똥가리가 빙빙 돌며 날아다니고 있고, 금오산 터줏대감인 큰부리까마귀도 시끄럽게 울어대며 나무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늘 저를 반겨주는 박새, 쇠박새 외에 오늘 처음으로 곤줄박이를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가운 산책길입니다.


금오산 둘레길 봄맞이 풍경 #2



금오산 둘레길 향천사 코스에서 만난 자연 친구들


이제 금오산 둘레길 다음 코스인 향천사를 향해 걷습니다. 향천사 일주문 부근에 도착하니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가만히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니 새들이 드나드는 목욕터가 있더군요. 이곳에서 목욕에 열중하고 있는 몇몇 친구들로 인해 조용했던 산책길이 잠시 소란스러워집니다.


목욕터에 부지런히 드나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보이고 쇠박새도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관찰하던 도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특별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으니 바로 동박새 친구입니다. 6년 전 어린이대공원에서 딱 한번 본 이후로 야외에서 처음 만나는 친구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어디론가 가는 길에 잠시 들린 건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여기서 이 친구를 만나니 한층 더 특별한 만남의 순간이 이루어진 하루입니다.


금오산 둘레길  향천사 코스 봄맞이 풍경 #1



일주문을 통과해 걸어 올라가는 길에서 막 피기 시작한 봄꽃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봄맞이꽃, 별꽃, 그리고 제비꽃이 봄을 알리고 있네요. 그 옆에는 쑥을 비롯해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봄맞이 풍경이지요. 그렇게 낮은 자세로 이들 모습을 들여다보며 저만의 방식으로 봄을 느껴봅니다.


금오산 둘레길  향천사 코스 봄맞이 풍경 #2


봄꽃 만남을 뒤로하고 향천사 뒷산에 올라가 돌아가신 엄마를 만났습니다. 잠시 엄마 품에 안기듯 금오산 품 속에 안겨 있다 걸어 내려옵니다. 천천히 내려오는 길에 이번에는 겨울잠에서 막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 다람쥐 친구들과 마주쳤습니다. 마치 집으로 가는 저를 배웅이라도 해주듯이 멀리 도망치지도 않고 사진 한 장 찍으라고 자세를 잡아줍니다. 한겨울 추위를 잘 이겨내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친구들 역시 오늘 만난 좋은 인연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다람쥐 친구들



금오산과 교감을 나누며 걸었던 봄맞이 산책길


한때는 산 정상에 올라야만 산을 보고 왔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길 위에서 자연 친구를 만나는 여행을 시작한 후부터 산과 교감을 나누는 여러 방법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망 좋은 곳에서 산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바라보는 여행도 있고, 산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어느 장소에  그냥  멈춰서 시간을 보내 방법도 있지요. 아니면 오늘처럼 산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 풍경을 즐기며 여러 야생동식물을 만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금오산 둘레를 따라 걸으며 봄을 맘껏 느꼈던 하루입니다. 봄이 오는 3월 관모산 모습은 어떤지 들여다보고, 길 위에서 다양한 야생동식물 친구들을 만나며 즐겁게 걸어 다녔지요. 그리고 거기에 예상치 못했던 특별한 만남이 더해졌던 좋은 봄날 하루입니다. 그렇게 제 인생 봄 추억을 하나 더 만들어 갑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느끼게 해 주는 나만의 케렌시아, 금오산 둘레길"

"늘 포근하고 반가운 만남이 넘치는 곳, 금오산 둘레길'


일상생활 속 작은 케렌시아, 금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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