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에서 만난 자연친구들
길 위에서 자연친구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여행 기준이란 것이 만들어지더군요. 굳이 멀리 떠나지 않고 제 일상생활과 연결된 장소를 깊이 들여다보거나, 일부러 시간을 내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일이 있어 어디를 가면 자투리 시간을 내어 그곳을 거닐며 거기에 살고 있는 야생동식물을 만나는 그런 여행을 말이죠.
인천이란 곳이 그런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서울살이를 할 때는 큰 맘먹고 떠나야 하는 먼 이웃 도시라 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누나가 인천에 정착한 후부터는 가끔씩 조카들을 보러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제 생활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그리고 누나 집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인천 생태나들이를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 장소가 바로 월미도입니다. 대학교 시절부터 친구들을 통해 건네 듣던 월미도 이야기는 늘 흥미로웠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손쉽게 바다를 보러 떠날 수 있는 곳, 저렴한 가격으로 회를 먹으러 갈 수 있는 곳, 혹은 가장 스릴 넘치는 바이킹을 탈 수 있는 곳 등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요? 십수 년이 훨씬 지난 후지만 여전히 월미도는 제게 궁금한 장소 중의 하나입니다. 직접 두 발로 걸으며 눈으로 만나 보고 싶어 월미도를 찾아갔습니다.
월미도에서 가장 먼저 저를 반겨주는 장소는 바로 월미전통공원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과 건축물을 조성해 놓은 테마공원인데, 이 곳을 통해 월미산으로 오를 수도 있지요. 이 곳을 걸으며 다양한 텃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참새, 멧비둘기, 까치를 비롯해 직박구리와 큰부리까마귀에 이르기까지 산책길 내내 여러 텃새 친구들을 만나며 걸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자세히 공간을 살펴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친구들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산책길에서는 소위 뱁새라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딱새가 저에게 사진 찍기를 허락해줍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월미 전통공원을 걷다 보면 월미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길이 보입니다. 그리고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그 길은 월미공원으로 부르는 월미산 산책길로 이어지지요. 월미산을 한 바퀴 빙 돌며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월미전망대와 월미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들이 있습니다. 그 길들을 걸으며 월미산에서 내려다보는 다양한 주변 풍경을 만끽합니다.
처음에는 주변 풍경을 살피며 한 바퀴 걷고, 그다음에는 그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는 생명들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겨울철이라 꽃과 곤충은 볼 수 없지만 대신 이 곳에서 살아가는 야생조류 친구들을 더 가깝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계절 따라 장소 따라 이 곳 월미산에 찾아오는 수많은 조류 친구들 숫자에 비하면 오늘 성사된 만남은 적은 편에 속하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거닐었던 반가운 하루였지요.
월미산 둘레길을 거쳐 산 정상까지 오르고 나면 다음 코스로 월미도 해안 탐방로를 걸을 수 있습니다. 월미도 등대, 월미 문화거리 그리고 월미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걸으며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면 한국전쟁 당시 인천 상륙작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던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하기만 합니다. 곳곳에 조형물로 남아 있는 당시 전쟁 관련 조형물을 통해서 전쟁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무거움을 느낄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 한가로이 인천 앞바다를 거닐고 바라보는 이 순간이 마냥 고마울 뿐입니다.
처음 경험하는 인천 앞바다 풍경이라 그런지 계속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텃새 갈매기인 괭이갈매기 무리들이 월미도 갯벌과 인천 앞바다를 차지하고 있네요. 저 멀리 보이는 갯바위 위에는 한 무리 가마우지 떼가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도요새들이 찾아오는 봄, 가을에는 이 곳 인천 앞바다에서 어떤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자연친구들과 함께 걷는 여행을 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친구들 이야기를 통해 놀이와 유흥의 공간으로만 인식했는데, 제 눈으로 직접 경험한 월미도는 다양한 야생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초록공간이었습니다.
잠시 동안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으며 편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월미도는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같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산책공간이었습니다. 산새, 바닷새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걷는 시간을 가지며 월미도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꽃피는 봄이 오고, 초록이 짙어지는 여름을 맞이하고, 형형색색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이 곳이 어떤 모습으로 저를 맞이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처음으로 월미도가 품고 있는 자연을 온전히 느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