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이었던 어린이대공원을 드나들던 시절, 아이들 반응을 관찰하며 지켜보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린이대공원과 연결되는 지하철 입구 계단에 그려진 호랑이 그림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림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쳤고, 같이 동행한 어른 안내에 따라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었지요. 또 다른 아이들은 먼저 그림을 발견하고 재밌다며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상에서 이런 그림이나 조형물을 통해 다채로운 일상을 경험하는 동시에 문화예술 감성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을 배웠던 순간입니다.
문화예술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던 저도 이 그림을 계기로 '도시와 예술, 그리고 공공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꽤 다양한 공공디자인 사례를 일상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장소나 공간이 지닌 정체성을 잘 반영한 것이 좋은 공공디자인'이라는 제 나름대로 원칙과 기준이 만들어졌지요.
공공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 준 어린이대공원역 호랑이 그림
일상에서 만나는 이색 문화여행, 공공디자인 탐방
개인적으로는 굳이 유명한 작가 작품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곳에 갔을 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곳에 담긴 의미를 유추하거나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으면 충분히 좋은 공공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길을 걸으며 만났던 공공디자인 사례는 평범한 일상을 멋진 여행처럼 만들어주는 좋은 문화 경험이었지요.
빌딩 외벽을 클라이밍 하는 사람 조형물은 스포츠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 이미지에 부합하는 멋진 작품이었고,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탐험가는 이곳이 아트홀을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맥주잔을 들고 외벽에 매달린 킹콩 친구는 골목상권에서 업종을 잘 표현한 멋진 홍보작품이기도 합니다.
장소와 공간 특성을 잘 반영한 공공디자인 사례 #1
백화점 주변 곳곳에 설치된 이색 조형물은 그 자체로도 도심 한 복판 야외 전시관이고, 작은 포구에서 만난 낚시하는 가족 조형물은 이곳이 평온하고 고요한 바닷가 마을이라고 알려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황새공원에서 볼 수 있는 황새 가로등은 주 테마인 황새를 잘 드러낸 좋은 사례였지요.
장소와 공간 특성을 반영한 공공디자인 사례 #2
그곳과 인연을 맺는 문화여행, 공공디자인 탐방 어떤가요?
길을 걷다가 제 눈길을 사로잡는 이색 조형물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특히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그곳을 잘 설명하는 공공디자인인 경우에는 더더욱 재밌고 흥미를 느끼지요. 그럴 때면 그곳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도가 높아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공공디자인 사례가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살피며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여러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곳과 인연을 맺으며 장소와 공간을 기억에 남기는 여행, 공공디자인 탐방 여행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