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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Aug 13. 2019

동네 탐방, 서울 광진구 능동

테마여행, 동네 역사문화 산책길




능동 어린이대공원 순명비 유강원 석물                              


서울 광진구 능동은 오래전부터 몇몇 성씨가 모여 살던 집성촌으로서 많은 주민들이 살았던 이 일대 중심 동네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1904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 비인 순명황후 능터를 지금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만들며 능골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1926년 경기도 남양주 금곡동에 있는 순종 능 옆으로 이장을 한 이후 부터는 유릉터로 불리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어린이대공원으로 더 잘 알려진 능동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어린이대공원 정문을 지나 분수대 가는 길에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당시 옛 '유강원' 터에 남아 있던 왕릉 석 조각들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 능 주위에 세웠던 석등, 문인석, 무인석, 말, 양, 호랑이 등 당시 20 여기가 넘는 석물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답니다, 당시 왕실 석 조각 양식을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른 채 단순한 놀이공원으로 어린이대공원을 방문합니다. 어쩌다 이곳을 찾더라도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장소로 흘려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명비 유강원 석물은 어린이대공원이 담아온 시간과 공간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첫 출발지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나누고자 합니다. 


능동 어린이대공원 순명비 유강원 석물




능동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건물에 숨겨진 이야기



대한제국 황실 흔적이 어려있는 유강원 터는 순종이 승하한 바로 다음 해인 1927년 일제에 의해 골프장으로 만들어집니다. 유강원 터를 개발해 만든 군자리 골프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18홀 코스 골프경기장이자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전국으로 골프문화가 퍼지게 된 첫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이곳은 일제가 조선왕실 흔적을 지우기 위해 조선왕실 공간을 위락시설로 바꾸어버린 주요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군자리 골프장은 해방 이후에도 서울컨트리클럽(서울CC)이란 이름으로 그 역사가 쭈욱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1973년에 특권층을 위한 골프장이 서울 시내에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당시 정부가 경기도 고양으로 골프장을 이전시키고 어린이를 위한 대규모 도심공원을 만들기로 결정을 합니다.  


당시 서울컨트리클럽 흔적을 유일하게 안고 있는 건물이 하나 있으니 이곳이 바로 ‘꿈마루’라는 건물입니다. 1970년에 서울컨트리클럽(서울CC)을 사용하던 이용자를 위해 클럽하우스로 지어졌지만 어린이대공원으로 용도변경을 하면서 40년간 전시장, 식당, 관리사무소로 사용되었던 곳이지요. 


그러다가 노후한 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려고 하던 도중 이곳 가치를 알아본 어느 심사위원 덕택에 대한민국 1세대 건축가 나상진(1923~1973)이 설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클럽하우스 건물임을 밝혀졌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철거를 피한 동시에 한 때 골프장으로 이용되었던 능동 역사 한 페이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때 골프장으로 이용되었던 이곳 역사를 알려주는 건물,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소중한 가족공간, 능동 어린이대공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 비인 순명효황후 유릉이 있던 시간, 일제강점기 군자리 골프장, 그리고 국내 골프사 중심지인 서울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로 이용되던 시간을 거쳐 지금은 서울시를 대표하는 가족공원 중 하나인 어린이대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능동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공간인 어린이대공원은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와 같은 곳이지요. 지금은 가족텃밭, 공연장, 놀이동산, 기획전시관, 야외전시관과 같이 다채로운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근 50여 년 동안 잘 보전된 도시공원 가치를 인정받아 환경부가 생물종 다양성 보존을 위한 공간으로 관리하고 있는 소중한  초록 공간이기도 합니다. 


어린대공원 공간 이모저모




서울시 광진구 능동 별책부록


이제 어린이대공원 밖으로 나옵니다. 어린이대공원 정문을 출발해 건국대학교 후문 쪽으로 길을 걷다 보면 어린이대공원 경계를 두고 만든 능동 둘레길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실개천 길인 광나룻길 그린웨이입니다. 인공 물길이긴 하지만 계절별로 여러 야생화와 곤충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능동 둘레길, 광나룻길 그린웨이 풍경 이모저모



어린이대공원을 벗어나 능동 주택가 한복판을 걷다 보면 작은 공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공원 한복판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노거수 한 그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순명왕후 유릉을 모셨던 치성당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능동 향나무가 그 주인공입니다. 


2000년 보호수 지정 당시 450년이었다고 하니 이제 470년이라는 시간 동안 능동 일대를 지키고 있는 당산목인 셈입니다. 광진구청 안내 자료에 의하면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능동 향나무 아래에 주민들이 모여 마을 번영을 기원하는 치제를 지내고 있다고 하니 그 모습 또한 능동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장면일 듯싶습니다. 


470년 묵은 능동 향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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