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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Jun 05. 2019

숲 속 미술관, 안양예술공원

장항선 타고 기차여행, 안양역



장항선 기차여행 세 번째 이야기, 안양역


장항선 열차는 용산역, 영등포역을 거쳐 안양역에 도착합니다. 안양역이 다른 역과 다른 점은 특정 시간대에만 장항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용산행 상행선은 아침 1회, 익산행 하행선은 아침저녁으로 2회만 운행하는 이색 간이역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장항선을 타고 안양역 여행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혹은 어쩔 수 없이 넉넉하고 여유 있는 하루 일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안양 여행을 위해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안양역에서 출발할 수 있는 여행 이야기를 찾아보았습니다. 관악산-삼성산-수리산을 끼고 있어 산림욕을 비롯한 다양한 숲 여행을 할 수 있고, 안양천과 삼막천을 거닐면서 대표 유적인 만안교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최근 외국 관광객 방문이 급증하고 있는 핫플레이스로 소개된 안양예술공원입니다. 2005년 쇠락한 지역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물로 숲에서 만나는 공공미술 프로그램이 탄생했다고 하네요.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숲과 공공미술'에 마음이 끌려 이색 테마공원인 안양예술공원을 찾아갑니다.   


장항선 기차여행 세 번째 정차역, 안양역





안양예술공원, 삼성천 이야기


걷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안양역 2번 출구로 나와 안일교 부근에서 안양천 물길을 따라 걸은 후 삼막천과 삼성천을 거쳐 안양예술공원으로 올 수 있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떨어진 관악역에 도착한 후 삼막천과 삼성천 물길 따라 걸어서 오는 방법도 있지요. 만약 걷는 것이 싫다면 버스를 이용해 예술공원 안으로 바로 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곳은 안양예술공원 이전에 안양유원지로 불리던 곳입니다. 삼성산에서 흘러내러 오는 물로 계곡이 발달해 사람들이 휴식과 물놀이를 취하러 많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국에 있는 여느 유원지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했고,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도시재생 일환으로 자연과 공공미술이 만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을 안고 있는 곳답게 안양예술공원을 보여주는 첫 얼굴은 삼성천입니다. 계곡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삼성천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스르르 풀립니다. 그리고 삼청천을 무대로 설치된 공공미술 투어를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천가에 활짝 피어난 그림꽃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포토존입니다. 커피 한잔 마시러 무심코 앉은 평범해 보이는 벤치는 사실 작가가 생각과 의도를 담아 설치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안양파빌리온'과 '물고기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라는 작품을 만나는 순간 역시 삼성천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안양예술공원 안내도,  삼성천, 그리고 삼성천 작품들





안양예술공원, 숲 속 미술관


안양예술공원 두 번째 이야기가 숲 속 미술관에서 펼쳐집니다. 삼성천을 따라 걷다 보면 산 위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 전망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숲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안양예술공원 대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지점이지요. 관악 1교를 건너 숲으로 들어오면서 숲 속 미술관 투어를 시작합니다. 


모든 길은 다 연결되어 있기에 여유만 있다면 한가로이 숲길 산책을 하며 자유롭게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편이 아니라 작품을 자세히 소개하고 설명하는 일은 어렵지만 '숲을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라는 배움을 확실하게 얻은 순간입니다.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는 동안 나무와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작품을 찾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작품이 연결해주는 대로 숲을 거닐며 '자연과 예술'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간'을 표현한 작품이 좋았습니다. 수직으로 쭉 솟아오른 전망대에 올라가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순간,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 안으로 쏙 들어앉아 그 안에서 삼성산을 역으로 느끼고 향유하는 순간, 숲길에 자리 잡고 앉아 자연 속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이 꽤 인상적이었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공간' 관련 작품들





안양예술공원 별책부록  - 자연 친구들, 만안교


안양예술공원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공공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여러 친구가 있습니다. 이곳 4월 숲 주인공은 바로 현호색입니다. 늘 실물 대신 도감으로만 봐 왔는데 오늘은 눈길 돌리는 곳마다 이 친구들이 가득가득 피어있어 어찌나 반갑던지요. 거기에 더해 바로 눈앞에 나타나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던 쇠딱따구리, 언제 봐도 유쾌한 만남을 선사해주는 쇠박새 친구 만남도 숲 속 미술관이 주는 작은 선물입니다. 


사람 발길이 좀 뜸한 야외 조각 전시관에서 만난 아무르줄장지뱀 역시 오늘 이곳에서 경험한 잊지 못할 만남 순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도마뱀은 6종에 불과하고 그나마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에만 서식하기에 이 친구들을 야외에서 보는 일은 드문 편입니다. 가만히 서서 눈에 들어온 조각상을 보려는 찰나 낙엽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따라가 보니 이 친구가 햇살을 즐기고 있더군요. 잠시 작품에서 자연으로 눈을 돌려 이 친구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던 4월 오후 봄 추억입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관악역을 거쳐 안양역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다시 삼성천을 걷습니다. 그때 안양예술공원을 떠나는 저를 배웅이라도 해 주듯 물가에 굴뚝새와 노랑할미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심공원 한 복판에서 굴뚝새를 만나는 일이 반가워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인사를 주고받았지요. 


안양예술공원에서 만난 꽃, 도마뱀, 새 친구들



마지막으로 다시 안양역으로 가는 길에 '만안교'가 보고 싶어 삼막천에 들렸습니다. 만안교는 조선 후기 정조가 수원 화성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만들어진 돌다리라고 합니다. 만안교 다리 이름을 따 자치구 이름을 만안구로 지을 정도로 안양을 대표하는 유적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보고 가자' 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다리를 만나보니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덤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사실 알고 보니 또 다른 메인 코스였습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건물을 배경으로 삼고 삼막천 물길 위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아치형 다리가 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지요. 그렇게 잠시 자리 잡고 앉아 이제껏 몰랐던 옛 다리를 알아가며 한국 전통미를 발견하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만안교를 지켜보던 순간들





안양역 테마여행, 안양예술공원 이야기를 마치며


무심코 기획했던 장항선 기차여행 프로젝트 덕분에 언제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좋은 아지트를 발견했습니다. 기대 없이 떠난 여행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경험을 하고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지는 일은 고맙고 소중한 선물 같은 순간입니다. 그렇게 저와 안양예술공원이 장항선이라는 선으로 연결된 그런 날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자연 안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일이 처음이라 많이 느끼고 배운 날이었습니다.  다시 열차를 타고 집에 오는 내내 '무겁고 딱딱한 예술이 아니라 푸근한 자연 품에서 느끼는 예술',  '일상에서 동떨어진 자연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자연' 두 가치에 대해 계속 생각했지요.   


녹음이 우거지고, 울긋불긋 단풍이 지고,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이는 이 곳 풍경은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자연 색깔에 따라 작품이 주는 느낌은 또 어떻게 다를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더 경험해 보렵니다. 


"자연 속 야외 미술관, 안양예술공원" 



안양예술공원 안내도 (관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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