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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Jul 01. 2019

그리운 내림손맛, 보들보들 달걀찜

10분이면 OK,  엄마표 달걀찜 비법



그리운 맛 추억, 외할머니가 해 주신 뚝배기 달걀찜


달걀찜은 어린 시절부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달걀을 마냥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달걀말이, 프라이, 삶은 달걀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달걀찜만큼은 언제나 남김없이 싹싹 긁어서 다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요.


곰곰이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달걀찜에 관한 첫 기억은 엄마가 해준 달걀찜보다 외할머니가 해 주신 맛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주들이 떠나기 전날 저녁은 닭장에서 닭을 잡는 날인 동시에 몇 날 며칠 소중히 모아두었던 달걀을 아낌없이 밥상 위에 올리는 날입니다. 투박한 뚝배기에 담긴 뜨끈뜨끈한 달걀찜을 후후 불어가며 먹던 그 맛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리운 맛 추억입니다.  





엄마가 가르쳐준 달걀찜 비법


자취를 앞두고 집을 떠나기 전에 엄마한테 달걀찜을 배우던 그 순간이 생각납니다. 엄마 옆에 바싹 붙어서 엄마가 달걀찜을 어떻게 만드는지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엄마가 달걀찜 조리법을 더 자세하게 알아냈다고 다시 가르쳐주던 몇 해 전 일도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그렇게 외할머니로부터 시작해 엄마가 최종 완성한 달걀찜 비법이 제 손에 전해졌지요.  


뚝배기가 외할머니 달걀찜 시그니처라면 엄마표 달걀찜 시그니처는 40년도 훨씬 더 된 스테인리스 그릇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보들보들한 달걀찜을 담고 우리 집 밥상 위에 올라오던 스테인리스 그릇에는 달걀찜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엄마 노하우가 오롯이 배어 있습니다.


엄마가 평생을 바쳐 찾아낸 금쪽같은 달걀찜 비법은 참기름, 달걀 껍데기로 맞추는 물 양, 어간장, 중탕, 그리고 10분이라는 시간입니다. 이 다섯 가지만 지키면 나중에 엄마가 없어도 절대 실패할 일 없이 엄마 달걀찜을 밥상 위에 올릴 수 있다고 배웠지요. 옆에서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던 엄마 모습이 많이 생각납니다.


1) 빈 그릇 안쪽에 참기름을 골고루 발라주렴. 그래야 달걀찜이 그릇에 들러붙지 않아 설거지하기 편하단다.

2)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달걀 껍데기를 계량컵으로 쓰면 돼. 달걀 개수만큼 달걀 껍데기로 물 넣기. 쉽지?. 

3) 간은 소금이나 새우젓으로 해도 되는데 어간장으로 간을 맞추니까 더 개운하고 맛있더라.

4) 냄비에 물을 적당히 붓고 그 안에 달걀찜 그릇을 넣어. 접시로 그릇을 덮으면 그게 계란찜 중탕이야.

5) 냄비 뚜껑 닫고 10분만 끓이면 돼. 확인할 필요도 없어. 불을 끄고 1~2분간 뜸을 들이면 그걸로 끝!!.







가족과 같이 나누는 보들보들한 그 맛, 달걀찜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처음으로 달걀찜을 가족 모임 밥상 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10살이던 조카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게 달걀찜이라며 할머니 달걀찜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엄마가 저한테 달걀찜을 가르쳐주던 그때처럼 조카에게 엄마 레시피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조카가 엄마 레시피를 천천히 따라 하면서 달걀찜을 만드는 걸 지켜봤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성공이었지요. 자기 손으로 달걀찜을 만들었다며 뿌듯해하던 조카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그 이후로 자기 집에서 달걀찜을 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이제는 좀 컸다고 요리 배우고 싶어 하던 그 시절 모습 역시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래도 적당한 때가 되면 엄마 손맛이 담긴 노하우를 조카들과 공유할까 합니다. 외할머니와 엄마, 저를 거쳐 다시 조카에게 전해지는 내림손맛 언젠가는 가능하겠지요?



달걀 풀 때 흰자와 노린자가 완전히 고루 섞이도록 잘 저어줘야 해. 그래야 달걀찜 색깔이 은은하게 잘 나오는데, 너처럼 덜렁거리면 이렇게 위에는 노랗고 그릇 밑쪽에 달걀흰자가 군데군데 박혀 있게 돼. 그래서 이번 달걀찜은 80점!!


아직은 갈길이 먼 엄마 손맛, 보들보들 달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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