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만 수만 건(사실 정확한 수치는 모른다. 단지 비유일 뿐이다.)의 기사(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가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고, 또 그에 버금갈 만큼 많은 이야기(예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모든 것.)가 생산된다. 나의 마음을 쾌활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 나의 정신을 훼방하는 것만 같은 정보와 사건의 폭풍우 속에서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단 하나의 사건을 꼽자면 ‘기후 위기’ 문제다. 사실 ‘집중하고 있는’이라고 말했지만 ‘집중해야만 하는’이다. 각설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2023년 3월 20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6차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을 나름 요약해 보면 ‘2040년 이전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올라갈 것이다. 향후 10년의 기후 행동이 다가올 수천 년을 결정할 것이다.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명백히 초래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보고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은 2,160~2,640 기가톤(1기가=10억)으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이중 42%는 1990년 이후 배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지난 반세기동안의 기온 상승률이 지난 2000년 사이 가장 높았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 년간 최고 수준이라는 결론도 내놓았다.
2018년 IPCC에서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씨’ 특별보고서에서 티핑 포인트인 1.5도까지 올라가지 않기 위해선 전례 없고, 과감한 규모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헸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그때보다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의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5개의 주요 지표를 설정했는데 모든 지표에서 위험-영향이 매우 높음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는 수많은 결과 지표가 있지만 딱 이것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다. 그냥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상상조차 하기 힘든, 또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과 직면해야만 한다.
고유 시스템 위협 - 산호초, 북극 해빙 등 고유 하지만 전 지구적 영향을 끼치는 시스템의 위험.
기상이변 – 홍수, 가뭄, 열대 폭풍, 산불 급증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증가.
기후 영향 분포 –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의 불균등한 분포.
글로벌 집계 영향 – 전 지구적 단일 지표로 집계할 수 있는 사회경제생태 시스템의 위험. 경제적 피해, 인명 피해, 생물다양성 감소 등이 포함된다.
대규모 특이 사건 – 북극 메탄 방출, 빙상 붕괴 등 급변적이고 대규모이며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의 사건 ‘티핑 포인트’라고도 부른다.
IPCC는 1988년에 설립 됐고, 1990년부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때부터 국제적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사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일부 과학자와 환경운동가, 기후 전문들이 탄소 배출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한 걸로 알고 있다. 그때는 산업 혁명 시작과 동시대였다. 내가 보기에 이 말이 뜻하는 건 단순하다. 인간은 기후 위기에 대해 결코 무지하지 않았다. 기후 위기를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 극한의 위기가 닥치지 않아서 사태 심각성 정도를 체감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고, 대처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의 삶. 또는 부. 성장과 발전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가 IPCC 6차 보고서이고, 자비 없이 우리를 들이닥칠 기후 위기이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 불린다. 에너지가 새롭게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 없지만 x형태에서 x1.2.3… 의 형태로 변환될 수 있고, 고립계의 총에너지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고립계의 총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대 감소할 수 없고 무질서와 무작위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떤 과정에서든 일부 에너지는 항상 열로 소실되고 계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1850년부터 2019년까지의 탄소배출량을 말했다. 그리고 이중 42%는 1990년 이후에 발생했다고 했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산업혁명부터 감당할 수 없을 양의 탄소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1990년. 통신, 인터넷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 혁명이 있은 뒤부터 탄소 배출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결국 인간이 먹고, 만들고, 이룩한 모든 것. 문명 그 자체를 위해 소비한 에너지만큼 엔트로피가 증가했고, 그 결과 값은 탄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 그 이상의 것을 위해 자연(에너지)을 소모했고, 그 결과가 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이다.
전에 가짜 노동 문제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거기서 밝힌 대로 가짜 노동은 개인의 행복에 관해서 중대한 문제를 자치하고 있다. 하지만 더 거시적인 문제도 포괄하고 있다. 짐작하겠지만 바로 기후 위기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다음번 글에서 좀 더 이 문제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내가 보기에 ‘티핑 포인트(임계점. 돌아갈 수 없는 강.)를 이미 건넌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말 급박한 상황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동이, 아주 자극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한다.”라기보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라는 말이다. 종종 뉴스를 보면 일부 환경 단체가 기후 위기를 알리려고 유명 미술 작품에 물감을 뿌린다는 소식을 접한다. 나는 그들의 심정을 백 번이라도 이해한다. 그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물론 예술 가치 존중, 인류의 업적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따져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솔직한 말로 정말 기후 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을 지나 상황이 심각해지면 그깟 작품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 인가. 당장 오늘 하루 먹을 식량, 마실 물이 없는 때가 온다면 말이다. 그때가 오면 우린 편도체가 지배하는 원시 인류 수준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세대가 처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후 위기이다.
추신_ 나는 한 인간이 얼마나 힘이 없을 수 있는지 이로써 절감한다. 내가 ‘기후 위기이니 같이 노력해 봅시다!’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작해야 몇 명의 소소한 노력이 더해질 뿐이다. 내 심정도 이러한데 전문가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럼에도 그들은 외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자고. 하지만 정작 그 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유의미한 노력의 결과를 만들 수 있을만한 사람들)은 애써(정말 애써 외면하는 건지 가차 없이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모른 척을 하고 자기 할 일에 열중한다. 그리고 폭탄을 다음 세대로 넘긴다. 솔직히 나는 기후 위기가 좋게 풀릴 거라는 희망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종종 써본다. 그냥 답답해서 써본다.
추추신_ 하루에 인스타를 비롯한 여러 sns나 플랫폼에서 보는 콘텐츠(숏폼 등)의 수가 몇 개인지 세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아마 결단코 모를 겁니다. 그럼 하루에 보는 콘텐츠 수 중에 기후 위기에 눈길을 준 적은 몇 번 있으신지요? 아마 정확히 셀 수 있을 겁니다. 하루에 단 하나의 콘텐츠만 접해도 우리의 마음은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 방울의 물방울이 모이면 결국 바위를 뚫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