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em Jan 22. 2021

여행

나에게로 떠나는

나는 5년 전부터 3년 정도 심리 상담을 받았다. 나 스스로가 어떠한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로 생각 한 이후 그것을 위한 노력 중 한 가지였다. 매년 8회씩 3번째 받고 있어 우스갯소리로 프로상담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상담받는 거 어떤 기분이에요?”


주변에 나처럼 자기 탐색에 관심이 많은 분이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상담을 받는 기분을 묻는 질문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나의 과거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에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요.”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상담사님과 함께 나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말이다. 그래서 더욱 다각도로 내 감정을 인지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면 볼 수록 수 많은 색이 섞여있다.


우리는 한 번에 수많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중 가장 강렬한 감정만이 그 순간의 대표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면 그 옆에 숨겨진 더 많은 감정들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순간의 감정이 아닌 시간 속의 감정들의 맥락을 이해하고 의식화하고, 그로 인해 나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줄여가는 것이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스스로에 대한 오해가 상당히 깊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들은 대부분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그 단편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 내리곤 한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동차의 바퀴와 차체와 엔진을 따로따로 보고는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 수는 없다. 바퀴와 차체와 엔진이 하나의 모습으로 이어졌을 때, 그 안에 수많은 부품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자동차가 작동한다. 이런 것을 게슈탈트 심리학이라고 한다.


 우리의 감정과 기억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런 일이 있어서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해”라고 정의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의 바퀴와 차체와 엔진을 따로따로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정의는 자신이 가진 어떠한 성향이 그 당시의 처한 상황과 맞물려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이야기한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의 대화를 통해 이해해 가는 것이라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일관된 모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나를 옭아매고 있는 강력한 족쇄이거나 정말 ‘나 다운’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기억과 기억을 연결한 생각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니 가끔은 과거의 나에게 여행을 떠나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것도 나를 발견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한 장면만이 아닌 전체적인 흐름의 맥락을 이해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나에게 떠나는 여행은 타인이 나를 알아보고 이해해주면 위로가 되는 것처럼, 스스로를 알아보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자기 자신을 위해 화를 내기도, 울기도 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위로받는다.


과거의 나를 만나 편이 되어 지지도 해주고, 응원도 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 가끔은 자신의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삶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믿을만한 동행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과거의 나에게 질문을 던져 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테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