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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em Mar 18. 2023

[나는기레기다] 취업사기를 당한건 아닐까

프롤로그

"우리 모두 취업사기를 당한 건 아닐까하고.. 분명 게재한 공고도 그랬고 나를 뽑는 과정도, 면접의 질문도 모두 기자가 된 내가 어떤 공적인 가치의 화신으로 충실히 살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돼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근데 들어와보면 쓰러져가는 사업 모델 위에서 기사를 팔아 돈 꽤나 벌 기회가 있으면 주저않고 잡아야만 하는 회사, 던지는 돌의 방향보다 반향에 더 골몰하는 수뇌부, 안팎으로 눈치를 보며 잡아가는 건지 잡혀가는 건지 모를 내 발제의 야마같은 것들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끝도없이 채워진다. 가장 싫은 건 해가 갈수록 이 모든 상황이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게 되는 스스로인듯


그러는 사이 이따금 나 쫌 정의로웠던 것 같은데 싶은 기사들로 위로하고 그러지만 사실 별 의미 없다. 만성적인 불만 속에서 취업사기에 대한 울분으로 서로의, 서로가 근무하는 매체들의 정의를 키재기하게 되는건 아닌지


처음부터 제일 큰 문제는 나였을 수도 있다. 회사에 들어가 월급 타먹을 생각을 하면서 이 회사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그 수익구조가 내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한 번 고민도 안 해보고 무턱대고 입사한 내가 하여튼 제일 문제일 수 있다. 좀만 생각해보면 황당하기도 하다. 내가 내 정의를 실현하기만 하면 돈을 주는 회사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매일 일정량씩 독자를 기만하며 산다. 돈 받고 쓴 기사를 돈 받고 썼다고 표시하는 최소한의 정의조차 지켰다간 말아먹을까봐 전전긍긍해야하는 비즈니스. 모순 안에서 그나마 최선의 도덕을 매일 고민하거나 그냥 스스로를 속여버리거나 업계를 떠나거나 하는 수밖에 없는 건지. 그나마 매일 하고자 하는 일은 오늘 내가 저지른 기만을 내일 잊지 않는 것. 좋은 주말 보내세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언론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시니컬하기만 한 언론인 게시판에서 이 글을 본 수 많은 기자들은 흔치 않게 '공감'이란걸 했다. 아마 기자를 꿈꾸는 사람 중에서 머니투데이의 김만배 처럼 한탕을 꿈꾸며 입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은 ‘사회적 가치’, ‘저널리즘’과 같은 단어를 마음속에 품고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위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취업사기’를 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내 직업은 기자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작은 인터넷 언론사 기자다. 년차로 따지면 얼마 안됐지만 작은 인터넷 언론사에 있다보니 년차에 비해 많은 역할을 반강제적으로 하게 됐고, 자연스레 언론계 비즈니스구조부터 생리나 관행 등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파악하게 됐다. 


물론 내가 한 경험이 모든 언론사에 일반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KBS처럼 광고 없이도 얼마든지 자생가능한 수준의 방송사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기업의 광고에 의존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나와 비슷한 경험을 접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 글은 앞으로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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