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기자
내가 기자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글쓰기가 좋았고, 글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처음 생각한 직업은 작가였으나, 작가의 경우 수입이 일정치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는 학술적 근거에 기반한 인문학이었기에 더욱 진입장벽이 높았다.
또한 성공한 극소수의 작가를 제외한 대부분이 작가들은 인세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 나는 성공할 때까지 불안정의 기간을 배를 곯으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거나 성인군자처럼 정신적인 만족감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갖고싶은 것도 하고싶은 것도 많은 일반인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타협점은 글쓰기로 돈을 버는 직업, 기자였다. 경제지 기자가 된 이유는 첫 번째로 취업을 할 당시 내가 경제에 관심이 많았고, 두 번째로 다른 분야의 기자보다 경제지 기자가 돈을 많이 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언론사의 면접을 보고, 나와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언론사에 입사했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언론사 수익 모델’이었다. 유료구독 매체나 방송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름만 다를 뿐 돈을 버는 방법은 같다. 바로 ‘기업의 광고’를 받는 것.
그렇다면 기업이 왜 언론사에게 광고를 줄까? 언론사에 홈페이지에 기업 배너광고가 돌아간다 한 들 그게 정말 광고효과가 있을까? 당연히 없다. 기업에서 보도자료를 각종 언론사에 배포하고, 언론사가 그 보도자료를 송출해 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광고효과가 크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그럼에도 굳이 기업이 언론사에 광고를 주는 이유는 일종의 ‘보험’이다. 안 좋은 일이 발생했을 때 가급적 관심을 가지지 말고,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따듯한 무관심’이라고 한다. 특히 몇몇 기업들은 안 좋은 일이 발생해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면, 다량의 보도자료를 보내 자신들의 안 좋은 일이 네이버 검색 하단에 위치하도록 밀어낸다.
그렇기에 인터넷 신문의 지위는 크게 기사가 ‘네이버’에 노출되느냐 되지 않느냐로 나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이버를 통해 기사를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에 따르면 검색엔진 및 뉴스수집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본다는 응답은 69%로, 46개국 평균치인 33%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반면 언론사의 뉴스 웹사이트나 앱에 직접 들어가서 뉴스를 보는 이용자는 46개국 중 최하위인 전체의 5%에 불과해, 46개국 평균인 25%를 크게 밑돌았다. 또한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도 44%로, 46개국 평균인 30%대비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이런 구조로 인해 기사의 포털(이라 쓰고 네이버라 읽는다) 노출 여부는 언론사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포털 작동 논리에 모든 언론이 장단을 맞추고 있다. 네이버로 치면 주요 이슈들을 모아두는 뉴스란, 다음 같은 경우에는 메인에 걸리는 뉴스가 핵심”이라며 “인공지능(AI)으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 언론들이 별의별 수단을 다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언론사 취업 커뮤니티인 아랑에서도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언론사로 ‘네이버에 기사가 송출되지 않는 매체’가 꼽힌다. 전효성 한국경제TV 기자는 ‘이런 언론사 절대 가지마라’라는 유튜브 영상에서 “요즘 가장 많이 뉴스를 소비하는 공간은 네이버”라며 “네이버뉴스에 나오지 않는 언론사는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아주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영향력으로 먹고사는 언론사에 영향력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포털에 언론이 종속된 이후, 방송사를 제외한다면 포털 없이 자생할 수 있는 언론사는 극소수다. 자생 불가능하다는 말이 언론산업은 ‘존속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없어지는 게 사회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사회악 같은 언론사도 꽤나 많아 보인다.
기레기인가 기자인가. 앞으로 이어질 글 들은 기자로 입사했지만, 기레기에 더 익숙해져 가는 듯한 내 모습에 대한 환멸이자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