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펜은 칼보다 강하고, 밥은 펜보다 강하다."
JTBC에서 방영한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그린 드라마 허쉬에서 나오는 대사다. 이 말은 현 언론산업 전체를 관통한다 해도 무방하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권위와 영향력을 점점 잃어가는 언론사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언론산업에 종사하는 젊은 기자 중 이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의 본질은 언론사가 기업의 광고 없이는 자생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데 있다.
언론사는 기업과 '공생관계'일까 '기생관계'일까. 과거에는 분명히 공생관계 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기생관계로 변하는 듯하다. 기생은 한 생물체는 손해를 보고 다른 생물체는 이득을 보는 두 생물체간의 관계를 뜻한다. 대부분 기생생물(parasite)이 숙주(host)에 붙어살며 영양분 공급, 포식자로부터의 회피 등의 이득을 보며 그 생활주기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언론사와 기업이 더 이상 공생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간 언론사들이 언론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누려오던 것들을 점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상당히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두 가지 요인 ▲인터넷 보급과 ▲신뢰의 하락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며 언론은 검색포털에 영향력이라는 '권력'을, 인플루언서들에게 '신뢰'마저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효성 한국경제TV 기자는 ‘언론계를 떠나는 젊은 기자들’이라는 유튜브 영상에서 언론산업이 사양산업이 된 이유로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언론사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실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사람들은 언론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 기구이고(3.84점), 한국에서는 언론 자유가 보장돼 있으며(3.67점), 언론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만(3.55점), 정확성도(3.25점), 신뢰성도(3.24점), 공정성도(3.12점)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사의 신뢰도가 하락한 배경에는 허위/조작정보, 즉 가짜뉴스(23.8%)와 편파적 기사(22.9%), 속칭 “찌라시” 정보(14.9%)가 문제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 결과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언론이 미디어로 전문성이 부족했기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언론학에는 ‘문지기론’이 있다. 미디어가 정보를 선택하되, 그 선택의 기준은 기자 개인, 미디어라는 조직, 더 나아가 사회 자체가 정한다는 이론이다. 그렇기에 기자를 정보의 문지기, 게이트키퍼라 부른다. 보고서의 조사결과에서는 언론이 문지기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당연히 가장 우선시 되는건 팩트지요. 그 다음엔 이해관계 속에서의 공정,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는 균형... 그리고 품위입니다.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와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서 품의가 빠지면 안됩니다.”
손석희가 JTBC 부장들과의 첫 상견례자리에서 한 말이다. 손석희가 보도 담당 사장으로 재임 당시 ‘팩트, 공정, 균형, 품위’는 보도의 핵심 키워드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네가지 키워드는 JTBC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손석희 사장 부임 전 JTBC는 7개 뉴스 채널 중 가장 존재감 없는 종편채널로 불렸다. 그러나 손석희 사장이 뉴스 진행을 맡은 이후 영향력, 매체 신뢰도 등에서 JTBC 뉴스가 압도적 1위를 기록한다.
이는 언론사에게 언론으로의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