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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Aug 02. 2023

굿바이, 네이버 그라폴리오.

네이버 그라폴리오 후기

네이버 그라폴리오 후기.


내게 있어 예술의 시작과도 같았던, 플랫폼 “네이버 그라폴리오”가 7월 31일부로 신규 업로드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는 오지큐(주)에 서비스 양도되어, 2023년 8월 말 ‘오지큐 그라폴리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고 한다.


나는 2017년 11월 5일부터 시작해, 2023년 07월 31일까지, 2095일 동안 총 836개의 작품(비공개 작품 포함)을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업로드했다.


내가 처음 그림을 시작한 것이 2017년 10월 말쯤이었으니, 그라폴리오를 시작하게 된 시점이 곧 내가 예술을 처음 시작한 시점이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작품을 업로드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을 참 많이 했다. 시상식에서 수상을 했고, 연재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매주 목요일마다 일러스트를 연재하기도 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 그중 첫 번째는 당연 네이버 메인에 내 그림이 등장했을 때다.


지금까지도 그날이 생생한 이유는 그날이 나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댓글하나조차 잘 달리지 않던 나의 그림에 그날따라 댓글이 많이 달리기 시작했고, 조회수도 갑작스레 많이 올라갔다. 처음에는 그 원인을 몰라서, 어리둥절했었는데 뒤늦게 내 그림이 네이버 메인에 올라간 것을 발견했다.







감사하게도, 부족한 나의 글과 그림에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려서 힘을 많이 얻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 슬럼프를 극복하게 된 것도, 그라폴리오에 달린 댓글 덕분이었다.


어느 날에는 그림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들로

늦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라폴리오에 올린 내 작품에 댓글 하나가 달렸다.




그림을 배운 경험이 없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때였다. 서점에서 잔뜩 사 온 그림에 대한 책을 보면서 그림을 연습하곤 했었는데, 마음과는 달리 잘 그려지지 않아, 심란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에 이 댓글을 보면서, 내가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댓글 하나로 거짓말처럼 사라진 나의 슬럼프.)



모두가 알다시피,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다.

예술을 직업으로 가지면, 배 곪고 산다는 말이 흔하게 사용된다. 과연 사실일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게 있어 이 말은 사실이었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날 때 즈음,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잡혔다. 예술을 하는 동안 도움을 많이 준 친구라서 축의금을 기쁘게 내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통장 잔고가 바닥을 찍었을 때 결혼식이 잡혔다.

 

다행스럽게도, 축의금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열렸던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상금을 받게 되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를 하면서 간절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네이버 그라폴리오 연재프로젝트 공모전’이 열리던 때였다.

이미 지난 공모전에서 한 번 떨어졌던 경험이 있던 터라, 두 번째 공모전이 열렸을 때는 마음이 더 조마조마했다.


발표당일.

잠들지 못한 채, 이른 새벽부터 새로고침을 계속해서 눌러댔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공모전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다. 꿈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여전히 캄캄한 새벽이었다.




평소 나는 운을 크게 믿지 않았다.

시험을 칠 때, 10개를 찍으면 10개 다 틀렸다.

그래서 나는 뭐든 운에 기대를 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는, 운이 꽤 많이 따랐다. 솔직히 실력으로만 따지면, 뛰어난 사람이 넘치고 넘치는 것이 바로 이 예술계였다. 감사하게도, 운이 좋아 연재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2019년에는 매주 목요일 글귀가 담긴 일러스트를 연재하게 되었다.


‘생각의 무게’. 글/그림 : 진영.



연재가 끝난 이후에는

네이버 프로필까지 등록을 하게 되어,

흐릿했던 작가라는 이름이 조금은 더 선명해졌다.





8월 말이 되면,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오지큐 그라폴리오’로 바뀌는데, 아마도 플랫폼 성격이 꽤 많이 변할 것 같다. 작품은 모두 다 그대로 이전이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댓글과 구독자는 모두 소멸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업로드만 일시 중지된 상태이고, 12월이 되면, ‘네이버 그라폴리오’ 플랫폼 자체가 소멸된다. 소멸되기 전에 감사한 댓글들과 추억들을 모아 캡처해 두어야겠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굿바이, 씨유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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