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음으로 말하기:쁘랍다 윤, 25년의 우회로 3

3. 포스트모던이라는 이름, 그 불완전한 설명

by 태국학연구소

3. 포스트모던이라는 이름, 그 불완전한 설명


이후 쁘랍다 윤은 종종 ‘태국 문학에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식한 작가’로 수식되어 왔다.

메타픽션, 서사의 해체, 의미의 유예, 그리고 작가적 권위에 대한 조롱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세계가 서구 포스트모던 문학의 전형적 특징을 공유한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명명(命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쁘랍다의 메타픽션은 단순한 형식적 실험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의 방콕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태국 사회가 마주한 특정한 감각을 포착하려는 절박한 시도였다.


그의 서사는 순환 구조 속에 머물며 결말을 암호화하고,

정교한 언어유희를 통해 태국 문학의 국제적 가능성을 실현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가 그려내는 ‘도시’라는 배경이다.

작가 스스로 고백했듯 “도시 생활의 불안정성”에 천착한 결과,

그의 글에는 급격한 발전과 글로벌 소비주의 속에서 전통적 가치가 흔들리는

방콕 청년들의 소외감이 짙게 배어 있다.

사람들은 버스와 사무실, 거리에서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지만 결코 연결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고, 의미는 그 언저리에서 유예될 뿐이다.


쁘랍다는 이 시대적 불안정성을 표현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으로

‘완결되지 않는 서사’를 택한다.

서사를 매듭짓지 않고,

의미를 확정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 태도다.



태국어로는 이를

‘쁠러이왕’(ปล่อยวาง, 놓아줌) 혹은 ‘쁠롱’(ปลง, 내려놓음)이라 부른다.

본래 불교적 함의를 지닌 용어들이지만,

쁘랍다의 맥락에서 이는 종교적 초월이 아닌

‘세계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치환된다.

방콕이라는 불확실한 도시에서

개인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현대적 거리두기',

결론을 유보함으로써 삶의 무질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제안하는 현대적 초연함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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