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음으로 말하기:쁘랍다 윤, 25년의 우회로 5

5. 11년의 침묵? 아니, 11년의 우회

by 태국학연구소

5. 11년의 침묵? 아니, 11년의 우회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장장 11년 동안 쁘랍다 윤의 이름으로 된 장편소설은 출간되지 않았다.

세간에는 그가 문학계를 떠났다는 성급한 추측과 함께 "사라졌다"는 말까지 돌았다.

그러나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활자 너머의 영토에서 분투 중이었다.


2015년, 그는 첫 장편 영화 <Motel Mist>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외딴 모텔을 배경으로 시간과 기억의 경계를 해체한 이 영화는

2016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초연되었고,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고립과 반복에 관한 영화적 메타픽션"이라고 평가했다.

그에게 모텔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이야기가 생성되고 붕괴되는 실험실이었으며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왜곡된 공간 그 자체였다.


그의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역설적으로 그의 목소리는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갔다.

번역가 무이 뿌팍싸꾼(Mui Poopaksakul)의 유려한 번역으로

단편집 『The Sad Part Was』와 『Moving Parts』가 런던에서 출간된 것이다.

무이는 이 작업으로 영국 PEN 번역상을 수상하며,

쁘랍다의 내밀한 세계를 영미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결정적 조력자가 되었다.



영문판『Moving Parts』의 태국어 원제는

ส่วนที่เคลื่อนไหว(쑤안 티 크르안와이, 움직이는 부분들)이다.

이 책은 그가 잡지 ‘LIPS’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모은 것으로

태국에서는 2001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각 이야기의 제목이 인체의 각 부위

—손가락, 혀, 발,눈, 배, 머리카락, 엉덩이—를 서사의 단위로 삼아,

인간의 신체가 기괴하거나 초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험적으로 묘사했다.

파편화된 신체 부위들이 모여

'인간' 혹은 '도시'라는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이 독특한 구조는,

쁘랍다가 세상을 바라보는 해체주의적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이 시기는 침묵이 아니라 '매체의 이동'이었다.

문학에서 영화로, 디자인으로, 시각 예술로.

그는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실험하며 예술적 외연을 확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굳이 '우회'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태국의 서늘한 정치적 현실에 닿아 있다.

2006년과 2014년, 두 번의 군부 쿠데타를 거치며

태국의 표현의 자유는 급격히 위축되었고 검열의 칼날은 날카로워졌다.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은 조심스러워졌다.


한 인터뷰에서 쁘랍다는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도 사유의 한 방식이다."

직접적인 발언이 위험해진 시대,

그는 침묵함으로써 저항했고 우회함으로써 말하고자 했다.

다른 매체를 경유하고 형식 자체를 정치화하는 것.

그것이 쁘랍다가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행해온

예술적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긴 우회의 끝에서, 그는 마침내 다시 펜을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말하지 않음으로 말하기:쁘랍다 윤, 25년의 우회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