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음으로 말하기:쁘랍다 윤, 25년의 우회로 6

6. 지하로 내려간 소설 : Basement Moon

by 태국학연구소

6. 지하로 내려간 소설 : Basement Moon


2018년 3월,

쁘랍다 윤은 『เบสเมนต์ มูน』(Basement Moon, 베이스먼트 문)을 세상에 내놓았다.

11년 만의 귀환이었으나 그것은 단순한 복귀가 아닌 문학적 돌연변이의 등장이었다.

이 소설은 그가 이전에 구축한 그 어떤 세계와도 궤를 달리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2016년 10월 3일,

중년의 태국 작가 '쁘랍다 윤'은 정체불명의 이상한 메시지를 받는다.

발신자는 자신을 'Mary'라고 소개한다.

2069년의 미래에서 온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그녀는 전체주의 정권들의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인류의 자유와 문학을 수호하려는 '혁명적 의식'으로 묘사된다.

메리는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과거의 작가 쁘랍다에게 단 하나의 임무를 부여한다.

바로 '글을 쓰는 것'이다.

문학과 언어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는 이 대담한 계획은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장치를 통해 전개된다.


여기서부터 서사는 정교하게 분열된다.

2016년과 2069년의 시간이 중첩되고,

현실과 허구의 벽이 허물어지며,

누가 말하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해진다.

작가는 메리의 지시를 따라 소설을 쓰는 꼭두각시인가,

아니면 메리 자체가 작가가 창작한 허구의 투영인가?


쁘랍다 자신은 이 작품을

"『Basement Moon』은 일종의 철학적 SF 스릴러다.

2016년과 2069년을 동시에 배경으로 하며,

신비로운 혁명적 인공 의식이 문학과 언어, 그리고 시간여행을 통해

전체주의 정권들의 국제 네트워크를 무너뜨리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며

G.K. 체스터튼의 『목요일이었던 남자』와 잭 런던의 『별방랑자』,

그리고 월트 휘트먼의 시 정신을 소환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진정한 심장은

제목을 구성하는 두 단어, ‘Basement. 지하’와 ‘Moon. 달’에 있다.


소설 속에서 ‘지하’는 감시를 피하는 은신처인 동시에,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통제가 미치지 않는 '무의식의 심층'을 상징한다.

지상의 권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정교해졌다.

쁘랍다는 묻는다. "말할 수 없는 사회에서 우리가 숨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이는 쿠데타 이후 태국 사회가 처한 기묘한 질식 상태를 은유하고 있다.

‘할 수는 있지만 크게 말할 수 없는’상태.

표현의 자유는 명목상 존재할 뿐, 검열과 자기검열이 공기처럼 떠도는 시대.

사람들은 지하로 내려가 은유의 언어를 쓰고 직접적인 발언을 유예한다.


반면 '달'은 2069년의 지배 체제를 상징하는 차가운 감시자의 눈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반사만 하는 달처럼,

태국의 정치는 민주화의 희망과 군부의 개입이라는 악순환을 지겹도록 복제해 왔다.

역사는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맴돈다.

우리가 낭만적으로 노래하던 달은

쁘랍다의 세계에서 반복되는 정치적 위기와 감시의 상징으로 치환된다.


쁘랍다 윤은 이제 현란한 언어유희의 무대에서 내려와,

인공지능과 시간여행이라는 외피를 빌려 태국의 현재를 해부한다.

『베이스먼트 문』은

그가 11년의 침묵 동안 목격한 사회적 가사 상태를 기록한 보고서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언어'만이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혁명적 도구임을 선언하는 절박한 비망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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