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렇다. 1일차-오래된 문구류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9월 7일 - 1일차 오래된 문구류


현재 내 방 상태는 많은 짐들이 쌓여 있고, 나는 내 방을 잃고 거실에서 산다. 내 방만 이럴까? 아버지께서 오랜만에 집에 놀러오셨다. 내 방을 보고 나서...“너 계속 그렇게 살 거니?”라고 물으신다. 흠...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내가 내 물건을 못 찾는 지경에 이르렀고, 방에 벌레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나... 정말로 잘 살고 있는건가?‘ 그런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구입하고, 채우기는 잘하는데, 비우고, 정리하기는 잘못한다. 많은 짐들을 채우기에는 집에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갈 돈도 없다. 다 필요한 것 같아서 샀는데, 방구석에 던져두고 눈으로 째려보기만 한다. 게다가 돈 안되는 일은 잘 하는 백수라서 아끼고 살아야 하니, 지금은 정리하기 딱 좋은 타이밍 아닌가!


1일 1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정리를 하면서 내 마음가짐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지를 다지지는 않는다. 이미 많이 실패해봤다. 그래서 이번엔 별 얘기 없이 해보려고 한다. 별 얘기 없이 해보기로 했으니까 글을 줄이려고 한다.


동네 이웃분께서 집 정리하며 작가님(나) 생각이 나서 안 쓰던 문구류를 모아서 양손 가득 쥐어 주셨다. 받아들고 집에 갈 때 까지는 설레는 감정이였다. 이웃분이 내가 글 쓰는 작업을 많이 하고, 알고 지내는 청소년들이 있다보니 내 생각하며 잘 쓸 수 있겠다 싶어서 문구류를 챙겨주셨다고 한다. 5월 초였고, 나는 어린이도 아닌데, 어린이날 선물을 받은 기분이였다. 설레임과 호기심들. 문구류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이렇게 크나큰 선물이 어디있을까. 너무 기쁜 감정이였다. 그러나 집에서 물건을 펼쳐보고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왔다.


풀하우스, 꽃보다 남자, 콩순이 캐릭터의 문구류들... 그러니까 10년도 더 된 디자인의 문구류들이 한가득이였다. 노트를 펼쳐보니 색이 바래기도 했고, 공책들은 많이 눅눅한 기분이 들었다. 알고 지내는 청소년들에게 그 문구류를 보여주며 원하는 것 있으면 가져가라고 말했다. 몇 개 상태가 그나마 괜찮은 것들을 골라서 가져갔다. ‘자, 이제 남은 것들을 어떻게 하지?’


나는 종이를 종이로 보지 못했고, 편지지에 편지를 쓰는 것이라는 것을 바로 느끼지 못한 채, 그 문구류들 한아름을 방 한 구석에 두었다. 이웃분이 주신 거니까 버리지도 못하고, 내가 쓰기에도 탐탁치 않고, 청소년 친구들도 골라가지 않은 이 문구류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고 싶어도 기부물품 기준이 있는데 그에 해당되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이 묻어나는 것들이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고, 이제야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이것부터 정리를 해야, 정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웃님의 마음 써 주심이 감사하지만, 물건은 조용히 정리하기로 한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나는 마음 써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 선물이 받은 이에게 짐이 될 수도 있겠다, 라고 말이다. 한번씩은 생각해보기로. 1일차 오래된 문구류 정리하기. 완료!

KakaoTalk_20200907_21532785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