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9일 11차 비우기 - 내 돈 주고 산 적 없는 매일 쓰는 수건
방에 옷으로 뒤덮여 만들어진 산봉우리들이 많다. 옷을 하나씩 하나씩 펼쳐보다가 샤워한 후 아무데나 던져버린 수건들이 여러 장 보인다. 수건은 과연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일까? 수건에 적힌 문구를 살펴보니 카페 개업해서 받은 것들, 찜질방 개업해서 받은 것들, 돌잔치때 받은 것들, 무형문화재분이 만드신 수건을 선물 받은 것들 여러 가지가 많았다. 이 수건이 얼마짜리이고, 이 수건은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것을 언제 받았는지 기억해보다가 깜짝 놀랐다. 족히 5~6년은 지난 수건이였다. 해가 좋은 날 수건 빨래를 해서 널면 바짝 마르다 보니, 항상 ’아, 깨끗해‘라는 생각을 하며 수건을 개켰던 것 같다.
수건 냄새를 맡으면 좋은 섬유유연제 냄새를 뚫고 세월의 쾌쾌한 냄새가 났다. 이 참에 모든 수건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내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들인데,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생각하며 그동안의 내 몸을 닦아준 수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이제 어딘가 속해있는 곳이 없다 보니 개업 축하나, 기념품으로 수건을 받을 일은 없기에, 내 돈주고 내가 수건을 구입해야 한다. 이 또한 처음 해보는 작업으로 어떤 수건이 좋고, 오래 쓸 수 있는지 잘 알아보고 구입해야겠다. 모든 수건을 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