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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Nov 18. 2020

독립출판 <더 납작 엎드릴게요>

퍼블리셔스 테이블을 통해 알게 된 독립출판 책이다. 책의 소개글을 읽다가 20대의 불안정함을 지나 몇 번의 이직을 하고서 당도한 불교출판사. 그곳에서 일하며 마주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소재가 신선하고, 내용이 공감된다. 불교사회복지재단 산하에 있는 기관에서 일해본 입장에서 불교계 행사에 참여하고, 부처님 오시는 날이 되면 분주해지는 피크타임이 나와 같았음을 알 수 있다. 그후로 가톨릭과 관련된 재단에서 일했을때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 바쁜 직원이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사회복지였으나, 종교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책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20대의 불안정함을 지나 몇 번의 이직을 하고서 당도한 불교!!!도 아니고 불교 출판사라는 것이 신선했다. 아 맞다. 종교계에서도 책은 나오고, 기사가 실리고, 신문은 나온다는 게 그제서야 생각난다. 글 하나 쓴다는 것. 그것이 파생되고 확장되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북토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번 있었다. 단순한 책에 나온 내용 뿐만 아니라 30대로써 느끼는 공감대와 직장을 이직하고 퇴사하면서 갖는 여유로움과 정반대의 불안감, 그리고 어떻게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동기도 궁금했고, 작가에 대한 궁금함이 많아졌다. 어쩌면 제목을 보고 더 납작 엎드린다는 말이 슬프게도 들릴 수 있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가학적인 부분보다 해학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야지 나도 웃을 수 있지...     


직장을 다녀야 하는 가장 큰 밧줄이였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고, 자신을 위해 살기로 한 작가. 이 작가의 퇴사하겠다는 말에 속이 뻥 뚫렸다. 직장이 싫고, 사람이 싫고, 인생이 싫은 게 아니라, 더 나은 도약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멋지게 다가왔다.     


몇가지 공감가던 문장들을 소개한다. 그렇지만 이 문장들만을 보고 전체를 예견하기는 어렵다. 꼭 책을 다 읽어보시기를! 지극히 내게 한정된 공감가는 문장이기에 전체적으로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의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회사 바로 앞 빈 상가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보였다. 문에 ‘임대’가 붙은 지 석 달인가 넉달만이었다. 어떤 가게가 들어올까?...가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시골 생활하며 OO리아라는 햄버거 가게가 생긴지 1년도 안 되어 장사를 접었다. 그리고 한동안 임대문의라고 되어 있었다. 제발 다른 먹거리가 들어오기를, 가능하면 포장이 되는 곳, 배달이 되는 곳이기를 기대하며 나 또한 가슴이 뛰기 시작한 일이 최근이다. 며칠전 그 길을 지나갈 때 연잎 불고기 정식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심정을 이해받는 문장.    

 

”일할 때 기분이 태도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결국 내 태도를 정하는 건 상대방이었다.“

웬만한 직장에서 일이 재미있어서 힘들어도 버틴 직장은 있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어 질때는 퇴사를 택했다. 날 힘들게 한 사람과 회사에서만 묶인다는 것. 이 곳을 떠나고 내가 퇴사하면 볼 일 없다는 것. 평생의 인연이 아니라는 것에 어쩌면 감사해지기도 한다.     


”꿈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저녁 몇 시간이 나를 무기력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 친 시간들에 미안할 만큼. 이런 생각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도, 재작년 이맘때도 반복했던 것들이다. 연말이 가까워진 것이다.“

신기하게도 직장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큰 이유를 벗어난 후, 난 이 감정을 조금은 놓게 되었다.

     

”인생은 때로 맥락 없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언젠가는 이 여유도 끝이 난다. 돌아가야 할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때가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이 시작된다 여유에서 불안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일매일을 사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오면, 영영 두고 떠날 이름도 모르는 그들이 애틋해졌다.“


내 하루도 애틋하다. 

나도 내 하루가 잘 되기를 바라듯이. 

그대도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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