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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an 07. 2021

두물머리 눈사람 찾기 대작전!!!

눈이 많이 오고, 

길이 곧 얼거나,

질퍽거리게 되기에,

오늘이 적절하게 눈길을 뽀드득 거리며 밟을 수 있는 좋은 날이다. 

그래서 산책길을 나섰다. 오늘은 어떤 컨셉을 정해서 산책해볼까... 생각하다가.

아!!! 눈사람!!!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과 오늘 분명 주민분들이나 관광객 분들이 눈사람을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 몇 개의 눈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한... 3개? 정도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집 앞에 일단 제일 큰 눈사람을 봤다. 눈사람 배 부위에 뭐라고 적혀있길래 자세히 가서 보았더니 ‘화이팅’이라고 되어 있다. 구석진 마을 어딘가에, 눈사람이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문구와 눈사람으로 정을 나누는 것 같아서 마음이 기뻤다. 눈, 코, 입 만든거 보니 집안에 있던 곡식이나 사물로 만든 것. 목도리까지 해준 게 마음이 따뜻했다. 아니, 잠깐만. 따뜻했다고 하면 눈사람이 빨리 녹으려나? 그럼 차가웠다고 해야하나. 고민이네.     

무튼 정답게 사진을 찍고 산책길에 나섰다. 일단 북한강변 쪽으로 길을 나섰다. 주민분들은 아는길이지만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길이라서 이 장소에서는 눈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아니면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기 전에 내가 너무 일찍 온건가? 북한강변을 지나 남한강변 두물머리로 가는길. 벤치에서 어머! 3개의 눈사람을 발견했다. 눈, 코, 입에 디테일함은 없었다. 여러 가지 추측을 하게 된다. 눈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내려서 주변 사물이 눈에 쌓여 눈, 코, 입을 만들 것을 못 찾았거나, 여기서 만족했을 수도 있고, 날이 너무 추워 오랜시간 크고 멋진 것을 만들기에는 힘들었을수도 있다. 특히 관광을 온 것이라면 시간과 날씨로 인해 좀 더 정밀한 눈사람을 만들기 힘들었을수도 있다. 

두물머리 액자가 있는 쪽으로 가는 길에, 

예전 같으면 많은 눈사람을 찾았다. 오늘은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은근 눈사람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물머리 관광지를 다 돌고 커피를 사러 가는 길. 아파트 현관에 눈사람 또 발견!!! 이번에는 나뭇가지로 팔을 만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동글동글 정성스레 만든 것이 보인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장갑을 알차게 끼고 눈을 뭉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잠시만. 천장에 있는 거. 저거 눈사람?

오예~ 눈사람 또 발견했다!!! 기념해서 찰칵!!! 그리고 오늘의 산책을 마쳤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물론 나에게 대답은 안 해도 된다. 눈사람 언제 만들어 보셨나요? 정신분석 관련 얘기를 하면 내면아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기라는 말이 나온다. 그 아이말고 우리는 내면의 눈사람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내 눈사람은 어떻게 만들어 볼까? 그 눈사람은 당근 코가 좋다고 할까? 팥으로 된 눈을 좋아할까? 각자의 동심으로 눈사람을 완성해봤으면 좋겠다.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어

항상 어른스러울 수는 없어”


오늘 감성돈이 하고 싶은 말 첫 번째는, 내 안의 눈사람을 찾기

두 번째 말은 항상 어른스러울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눈이 오면, 적당히가 아니라 많이 오면 갖가지 사고나 재해를 걱정해야한다. 그건 당연한거다. 하지만 눈앞에서 매번 한숨과 걱정하는 사람은 아니기를 바란다. 어떤 날은 내 안의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내리는 눈을 보고 즐거워하며 눈밭을 뛰어다녀보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내 집 앞 마당을 쓸며 이웃 어르신의 마당도 쓸어드리면 되고, 눈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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