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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an 03. 2021

내가 끓인 떡만두국이 왜 맛있지?

매년 새해가 되면 떡만두국을 끓여 먹는다. 혼자 자취하기 때문에 나 혼자 먹을 떡만두국. 

매년 떡만두국을 해먹지만, 내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그저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여 먹듯 새해는 떡만두국을 끓이는게 당연시 되었다. 워메? 이게 뭔일이여? 처음이다. 내가 끓인 떡만두국이 이렇게 맛있는 것은!!!   

  

나 스스로를 칭찬하며 내년에도 이렇게 해먹을 수 있도록. 

무엇이 맛있는 음식의 비결인지 혼자 원인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미 쌀로 만든 떡이 아니라, 마트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떡을 샀다.

(냉동떡이 아니라 냉장떡을 썼다.)  

둘째, 내 손맛이 물이 올랐다. 

셋째, 배가 너무 고파서 맛있게 느껴졌다.     

이 세가지로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첫 번째, 정부미 쌀로 만든 떡이 아니라 유기농 떡을 샀다. 우리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이시다. 정부에서 정부미라는 것을 주고, 나는 어려서부터 그 쌀을 먹고, 그 쌀로 만든 떡을 먹고, 그 쌀로 튀긴 뻥튀기를 먹고 자랐다. 30대 초반까지 직접 내가 쌀을 산 게 아니라 할머니께서 보내주시는 정부미 쌀을 받아서 먹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연초에 할머니께서는 그 쌀로 가래떡을 뽑아서 떡국용 떡으로 정리해서 손녀딸인 나에게 보내주셨다.     


내가 직접 쌀을 구입해서 먹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밥맛에 깜짝 놀랐다. 밥이.. 쌀이 이렇게 달고 맛있는건가? 우리 할머니는 평생 이 밥맛을 느껴보지 못하고 정부미만 드셔야 하는건가. 정부미 쌀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쌀에 대해서는 선택권이 없는 할머니 모습이 조금은 마음 아팠다. 쌀을 사드린다고 해도 원치 않으신다. 정부에서 주는 쌀이 있는데 왜 굳이 돈을 주고 사먹느냐는 논리이다. 무튼 이러저러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떡국용 떡을 내 돈주고 사게 되었다. 그리고 냉동 상태가 아니라 냉장 식품이였고, 떡국을 끓이기 전 물에 불려 두었다. 떡만두국이 완성 되었을 때 떡의 쫄깃함에 놀랐다. 세상 쫄깃했다. 이 세상 텐션의 쫄깃함이 아니였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우주최강이였다. 단순하게 냉장떡을 처음 먹게 되어서인지, 유기농 떡을 구입해서 인지 잘 모르겠다. 맛있으면 된 거고, 조만간에 할머니댁 가면 떡만두국을 끓여 드려야겠다.   

  

두 번째, 떡만두국이 맛있었던 이유로 추측컨대 내 손맛이 물이 올랐다.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물 양이 적절했던건지, 끓이는 온도나 시간이 적당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모든 게 나의 촉. 나의 손에 의한 거 아니겠는가. 친구들과 자취했을 때 내가 찌개나 국을 끓이면 항상 먹는 건 내 몫이였다. 희한하게 내가 끓인 국이나 찌개는 친구들이 먹지 않았다. 음... 난 맛있는데? 


그런데 처음으로 내가 끓인 떡만두국을 누군가가 맛 보았으면 했다. 예전에 자취했을 때 같이 살았던 친구를 소환하여 이 맛을 알려주고 싶다. 또 이런 떡만두국을 끓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건 기억되어야 할 에피소드가 맞다!     


세 번째, 떡만두국이 맛있었던 세 번째 이유는 배가 고파서 맛있게 느껴졌던 것 아닐까?

라면도 제일 맛있는 라면은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이라고 어디서 주워 들었다. 나도 엄청 배고팠을 때 먹었던 음식이 우연찮게 떡만두국이라서 맛있었던 것 아닐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감성돈의 끓인 떡만두국. 내가 만든 내 음식평     


무심하게 하나씩, 하나씩 끓는 물에 투하했다. 한우사골 농축액을 1인분짜리 2개를 넣었다. 적게 넣으면 밍숭맹숭하고,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해지는 걸 알고 있기에 무심한 듯 툭툭 털어 넣고 수저로 저었다. 이것은 단순한 끓는 물이 아니라 한우 사골로 변화되고 있음이 눈으로 보여진다. 미리 불린 유기농 떡과 김치 만두를 넣는다. 이 또한 너무 오래 끓이면 떡이 냄비에 달라붙고 퍼진다. 내 촉이 오는 적당한 선에서 끓이기를 지속한다.     

달걀 2개를 그릇에 풀었다. 북어 해장국을 끓였을 때 나중에 계란을 풀어서 해장국에 넣으면 포슬포슬해지면서 국물 색도 좋았고, 부드러운 감각의 맛이 느껴졌었다. 끓기 시작할 때 조금씩 조금씩 계란물을 풀었다. 폭신폭신한 맛. 구름 위에 올라가면 이런 기분일까?     


계란 지단은 생략한다. 귀찮다. 알맞게 끓였을 때 인덕션을 끄고 국자로 떠서 그릇에 옮겨 담는다. 2번은 먹을 수 있게 두 번째 먹을때도 모자란 느낌이 들지 않게끔 적당량의 떡과 만두를 담는다. 약간의 후추를 유명한 쉐프처럼 탁탁! 멋있게 털어넣고, 김을 가위로 잘라서 보기좋게 살짝 멋을 부린다. 떡국과 어울리는 포기김치, 시원~한 맛과 감칠맛이 도는 김치를 먹기 좋게 잘라서 밥상에 올려둔다.     

수저, 젓가락을 셋팅하고 밥상 사진 찰칵!! 맛을 본다. 


음식에서 포근함을 느낄 수 있구나. 포근하고 폭신했다. 

엄청 부드러운 수플레 케이크를 먹을 때 느낌과 닮았다. 

따끈하고, 뜨끈하고, 내 식도를 따라 몸에 퍼지며 포근함이 전해진다.     

그래, 이런 맛을 느끼면서 살자.


혼자 먹는 백수의 밥상이지만, 떡만두국이 주는 따스함은 대단했다. 

노천탕에서 온천을 즐기는 느낌. 날은 춥고, 이런저런 시국도 날 서 있지만, 

이 따스함은 잊지 말자며, 나를 다독여주는 맛이였다.     

아... 군침돌아. 먹는 얘기하니까 힘들다. 

얼른 자고 일어나서 또 밥상을 차려야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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