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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r 19. 2021

“봄에는 산책길에 호미를 챙겨라”

냉이와 쑥의 차이를 알다.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살게된 지 5년차이다. 충주에 살고 계신 할머니께서는 내가 사는 곳을 오신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손녀딸이 살고 있는 동네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신다. 

“사는 곳 양쪽으로 강이 있구요, 시멘트보다 땅, 흙길이 많아요. 경치가 좋은 곳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편이예요. 완전 시골이예요.”

“그렇구나, 은주야, 봄에는 산책길에 호미를 챙겨라”

내 이야기에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지천에 널린 게 봄나물, 향긋함이 가득하니, 호미질을 해서 직접 캐서 먹어보라고 하셨다. 그러겠다고 말씀만 드리고, 몇 년째 하늘을 향해 봄꽃에만 눈길을 주고, 땅에는 관심을 별로 주지 않았다. 나는 냉이와 쑥의 차이를 모른다. 분명 많은 것을 먹고, 맛도 알고, 쑥으로 된 화장품도 쓰는데 정작 그대로의 쑥을 모른다.     

 

오늘 청년회관 딴딴에서 진행하는 번개모임 ‘걷기만 해도 춘분해’에 다녀왔다. 내일은 동지에 가장 짧았던 낮이 점점 길어져 춘분이 되면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이다. 절기 놀이를 함께하기 위해 두물머리 산책에 나섰다. 용기있게 물어봤다. 

“쑥과 냉이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진행자님이 직접 땅을 살펴보고, 이것은 쑥이고, 이것은 냉이임을 알려줬다. 다른 꽃과 나무, 나물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향의 차이와 맛의 차이, 어떻게 식물이 자라는지 알려주셨다. 그 후로 땅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할머니 말씀대로 정말 봄나물이 가득하네?! 종묘사에 가서 냉이 캐기 좋은 호미 하나 달라고 해야겠다.      

“할머니, 호미 챙겼습니다^^” 

할머니께 감사드리고, 봄도 감사하고, 땅에도 감사, 딴딴에 감사, 정말로 춘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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