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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12. 2024

아이가 유치원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고요?

유치원 입학 첫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드디어 라봉이가 유치원에 가는 날


2024년 2월, 3년 꽉 채워 다닌 어린이집 졸업하고 3월의 첫 번째 월요일, 여느 때와 같이 엄마와 아빠는 출근을 준비한다. 아이는 새로운 기관에 첫 등원하는 날이고, 아빠는 아이의 등원과 하원을 위해 1시간 단축근무를 회사로부터 배려받았다. 엄마도 9시 출근에서 10시 출근으로 옮겨두고 분주하게 아침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라봉이는 오전 7시 20분에 자는 채로 어린이집에 등원했었기에 아침에 세수라든지 양치질, 아침 식사는 집에서 해 본 적이 없다. 이제 8시 등원을 목표하며, 아침의 일과를 알려주었다.  등원 첫날을 기다리면서 (유치원 가는) 형아는 이제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해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해 두었다. 여러 번 유치원 생활에 대해 설명해 주며 라봉이가 부디 잘 다니길 마음속으로 응원한 엄마다.


처음 등원이 설레었는지, 7시 대에는 일어나지 않던 라봉이가 일어나서 간단히 밥도 먹고 물도 먹고 직접 걸어서 차도 탔다. (ㅎㅎ) 도착하고선 뒤도 안 돌아보고 씩씩하게 블럭방(오전 돌봄 교실)으로 들어가더라. 입학 전 유치원에서 진행한 두 차례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주 긍정적이었던 듯해서 안심이다.


그렇게 라봉이를 새로운 유치원에 보내고 이전과는 다른 시간대에 출근을 하는 엄마와 아빠, 8시 지나 출근하니 도로에 차도 많긴 하더라. 각 회사에 10시, 9시 30분 도착해 서로의 일과를 시작한다.




오후 해가 넘어가고, 한창 일하고 있는 16시 조금 넘은 시간에 갑자기 유치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 혹시 라봉이 하원 버스를 안 타나요.?"

"네- 저희 차로 데리러 갈 거예요."

"앗, 사실 지금 라봉이가 집으로 가는 통학버스를 타고 갔는데, 보호자가 없어서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오고 있다네요. 죄송합니다."

"아...(?) 네(?).... 제가 오리엔테이션 당시 하원차량 시간을 물어봤던 것이 혼선이 있었나 보네요. 차량 타지 않고 매일 라봉이 아빠가 데리려 가려고 합니다. 하원 시간은 6시 30분~7시 예상합니다."

"네. 라봉이 돌아오면 잘 이야기해 줄게요."

"네. 안 그래도 라봉이가 노란 버스 타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도 한번 타봤으니 좋아할 수도 있겠네요. 돌아오면 잘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사실 오리엔테이션 당시, 사전 설문 문항에 오전, 오후 돌봄(개별 하원) 신청으로 체크해 냈었다. 추후 안내받은 가정통신문에도 아파트에 들어오는 차량 정보는 안내받지 않았기에 아이가 버스를 탔다는 점은 무척 당황스러운 부분이었다. 같은 어린이집 다녔던 라봉이의 친구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땐, 통학 차량을 이용한다고 체크해서 차량번호와 시간을 안내받았다고 했었다. 여튼 아이는 그 시간에는 오후 돌봄 교실에 있어야 했다.


그래도 뭐... 이미 라봉이는 노란 버스를 타고 있고 선생님도 빠르게 전화 주셨고, 더군다나 오늘은 등원 첫날이지 않은가. 혼선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좋은 마음으로 부디 라봉이가 즐거운 마음으로 유치원에 돌아왔길 바랐다.


선생님이 걱정이 되었는지 문자를 한번 더 남겨주었다. 유치원에 돌아온 라봉이가 어땠는지 물어보았는데 "차를 타서 좋았어요"라고 대답했다고 전해 들었다. 선생님 이야기에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 왔는데 자기만 내리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하긴 했다. 주차장 입구, 문주, 집 근처만 와도 "우리 집이다!"를 외칠 만큼 집에 가는 동선은 빠삭한 라봉이인데 말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가 데리러 나왔는지 기대했을 수도 있겠다 싶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 소식을 듣고 나니 아이를 빨리 만나고 싶었다. 아이 하원은 아빠가 맡기로 했고 엄마는 빨리 집에 가야 8시인데, 설상가상으로 늦게 퇴근하여 9시에나 만날 수 있었다. (ㅠ) 아빠가 보기엔 하원 당시에는 조금 시무룩했다고 하고, 배가 고프다며 허겁지겁 간식을 먹었다고 했다.


라봉이의 마음을 물어보고 보듬어 주고 싶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처음 갔던 유치원의 좋은 일들을 기억할 수 있게 즐거운 일들을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버스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 노란 버스에서 기억이 나쁘지만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는 것도 엄마의 오지랖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더 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라봉이는 다음날 아침에도 신나게 체육복을 입고 등원했으니까! 잘 다니길 한번 더 마음속으로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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