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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13. 2024

드디어 아이가 스스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유치원 등원 3일 차, 비로소 육아 퇴근을 맛보다.

맞벌이육아로 3년 차, 극강의 난이도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라봉이가 밤 12시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양육자인 엄마와 아빠의 생활 패턴 때문이기에 아이 탓을 할 순 없다.


라봉이는 돌 무렵부터 엄마의 복직을 시작으로 어린이집에 다녔다. 야간 연장반이 있는 어린이집이었기에 빨라야 7시 30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지만 늦으면 9시까지 어린이집에 머물렀다. 보통 아빠가 하원을 맡았고, 라봉이가 집에 도착하면 8시 즈음이 되었다. 엄마는 편도 54km 거리의 회사에 통근했고, 집에 돌아오면  8시~9시 때로는 10시였다. 그 때문에 라봉이는 돌 무렵부터 두 어른이 생활하는 저녁 시간을 그대로 함께했다. 두 양육자인 엄마와 아빠는 퇴근 후 씻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라봉이와 집중해서 놀아주다 보면 매일 11시, 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 시간도 중요하므로 매일 퇴근 후 피곤해도 놀아주려 노력했다. (지금 생각하면 더 일찍 와서 더 빨리 놀아주었어야 했다...) 라봉이는 자연스럽게 놀이에 집중했고, 엄마 아빠가 같이 불 끄고 잠들 때까지 스스로는 잠을 청하지 않았다. 빨리 재우려 불을 다 꺼도 더 놀고 싶은 마음이 큰 듯 바로 잠들지 않았다. 배도 만져줘야 했고, 등도 긁어주고, 책도 읽어주고, 물도 다시 채워 주고(스스로 채워야 했고) 등 수면 의식이 다양하게 많았다. 자정이 돼서야 잠든 라봉이는 아침에 잠든 채로 등원을 했고 다른 친구들이 등원할 때까지 오전 잠을 이어갔다. 또 어린이집에서 충분히 낮잠을 자며 밤 12시까지 깨어있을 에너지를 충전했을 것이다.


라봉이가 유치원에 가면 낮잠시간이 없어지니 분명 저녁잠 시간이 빨라질 거라는 추측으로 이 기회에 하루 일과의 사이클을 바꿔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유치원 가는 형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수도 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고 일러주고, 7시 30분에 깨운 지 3일째였다. 라봉이 피곤해했지만 7시 30분쯤 일어났고 스스로 걸어서 등원했다. 등원 첫날, 하원하고서는 피곤해 보였는데 12시까지 안 잤고, 둘째 날에는 유치원에서 졸아서 낮잠을 잤다고 했다. 그래서 그 저녁엔 11시 30분쯤 잠들었다. 셋째 날인 오늘은, 유치원에서 낮잠도 자지 않았고 집에 오며 벌써 졸린 눈으로 하원했다. 엄마도 8시 30분쯤 집에 돌아왔으니 비교적 일찍 만났다. 


라봉이는 먼저 저녁을 먹고 몽롱하게 느리게 놀이를 하고 있었다. 곧 잠들 기새였다. 그러고선 10시 즈음되니 조용히 스스로 방에 들어가 이불 덮고 눕더라! 정말 감격을 안 할 수 없다. 바로 재우진 않고 "양치질하고 자자"라고 이야기해서 잠을 깨운 것 같지만...! 양치질만 하고 곧 잠에 들었다. 배를 살짝 만져주기만 했는데 바로 잠들었다. 10시에 잠든 게 얼마만인가... 감격의 순간이기도 하고, 피곤했을 아이가 짠하기도 하다. 잠든 라봉이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방에서 조용히 나왔다.


그동안 어린이집 다닐 때는 라봉이의 에너지에 못 이겨 엄마 아빠가 거의 기절하듯이 잤다. 육아 퇴근이 사실상 없었다. 아이 재우고 나의 시간을 갖는 것도 손에 꼽았고 아이 아빠와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도 사실 없었다. 저녁 먹으며 몇 마디 하는 게 전부였고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이라 그 대화도 깊게 할 수 없었다. 사실 이런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필요했는데 그동안 복직하고 3년 동안 어떻게 지낸 건가 싶어서 머리가 순간 띵~ 해진다.


라봉이가 일찍 잠든 시간,  두 양육자는 서로의 시간을 갖는다. 조용히 아무 말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사부작사부작해 나간다. 


유치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아이에게 엄마 아빠와 보낼 시간을 더 당겨 확보해 주고, 양질의 수면을 확보해 주고, 두 양육자인 엄마 아빠도 "개인 시간을 가져보자.",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해보자."라는 다짐으로 육아 챕터가 바뀐 느낌이다.


그동안 우리 라봉이 너무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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