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나다라봉 Mar 14. 2024

어린이집 형님반 짬으로 유치원 적응도 금방일까?

등원 5일 차, 드디어 아이 활동사진도 받았다.

유치원 등원 5일 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라봉이를 위해 엄마도 아빠도 조금 늦은 출근을 감행하며, 함께 오전시간을 보낸다.


라봉이는 7시 30분쯤 일어나 조금이라도 밥을 먹고, 물을 먹고,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하고 몸만 한 자기 가방을 메고 함께 집을 나선다. 유치원까지 거리는 차로 5분 남짓, 그 시간 동안 라봉이는 뒷좌석 엄마품에서 잠깐 쉬어간다. 5일 동안 힘들게 일어난 날도 있고 울면서 일어나기도 했다. 라봉이도 월요일보다는 수요일, 목요일이 더 많이 피곤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오전 돌봄 교실로 들어간다는 것! (ㅎ) 이것만으로도 큰 안심이 된다.


유치원도 아이들의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잘 짜여있는 듯하다. 3일째인 수요일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등원하는 날이다. 그 장난감을 하루만 가지고 갔다가 다시 들고 오는 줄 알았는데, 수요일부터 3일 동안 교실에서 친구에게 가져간 장난감을 소개하고 함께 나눠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보내온 가정통신문만 보면 무엇을 하는지 글로만 짧게 작성되어 있어서 궁금해서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유치원 적응기여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사진이나 일일 활동에 대한 안내는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라봉이가 이야기해 준 것으로 상상하고 추측해야 했다.


그래도 라봉이가 곧잘 이야기를 하나씩 더해주어서 그날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하루는 영어노래를 잠들기 전에 계속 부르더니, 하루는 갑자기 "베개와 인형을 가지고 유치원에 갈거야"가겠다고 했고, 하루는 "우리 집에 있는 숟가락이랑 도시락 가져가고 싶어"라고 명확하게 몇 번을 이야기하더라.


입학하고 금요일이 된 등원 5일 차, 엄마인 한창 업무가 바빠서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유치원 어플에 담임선생님 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많은 사진 중 우리 라봉이 사진을 찾는데 한참이었다. 워낙 반 인원이 많다 보니 아이 한 명씩 동일한 콘셉트를 올려주셨고, 콘셉트의 수는 3개였다. 라봉이 사진도 3장이었다.


살펴보다 보니 활동사진에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라봉이가 가지고 있는 똑같은 (애착)인형을 유치원에 들고 와 소개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제야 라봉이가 인형을 갖고 유치원 가겠다고 말한 것이 더 이해가 되었다. 라봉이가 '도시락' 이야기한 것도 아마도, 위탁 식판세척업체를 사용하지 않는 친구의 식판과 식기류가 내심 부러웠나 보다.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친구들을 관찰하고, 환경을 관찰하며 자신의 생각을 엄마 아빠한테 얘기하는 것 보니 많이 컸다 싶기도 하고 고맙기도 다. 어쨌든 라봉이는 유치원에서 온전히 프로그램을 즐기고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 같아서 등원 첫 주가 무탈히 지나간 듯하다.


하긴, 라봉이는 어린이집 처음 입소할 때도 10개월쯤이었는데 별다른 적응기를 거치지 않고 낮잠을 재웠고, 종일반으로 보냈다. (ㅎ) 하루 중 엄마 아빠를 보는 시간은 정말 매우 짧았지만 그래도 3년 동안 안정감 있게 잘 다녔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고, 그렇다.


물론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 첫 주는 모든 것이 새로우니 흥미롭게 다닐 수 있는데 한 달은 지켜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