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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15. 2024

5살 아이, 유치원생이 되니 훌쩍 큰 것 같다.

유치원 등원 후 첫 주말, 엄마와 키즈카페 가기.

라봉이 유치원 등원 5일 무사히 하고, 주말이 되었다.

첫 일주일, 5일 동안 퇴근 후 7시 하원을 맡은 라봉이 아빠도 고생 많다. 그 시간에 엄마는 회사에 있거나 집에 가는 대중교통 안에 있었고, 5일 중 이틀은 저녁에 아이 얼굴을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도 오전에 일어나서 아이와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입학하고 첫 주라서 엄마인 나도 빨리 퇴근하고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한 마음도 든다. 회사에 있는 시간엔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일이 속 시원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출근길, 퇴근길에 노트북을 펴고 일을 했는데도 여전히 애매하게 남겨진 일을 뒤로하고 주말을 맞이한다.

하원을 오롯이 맡아준 아이 아빠에게 자유시간을 줄 겸, 주말에 친구와 친구 아들과 만나 함께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 라봉이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었는데, 기억했는지 주말 아침에 일어나 아빠에게 "오늘 엄마랑 키즈카페 가기로 했다~?"라며 큰 소리로 자랑을 하더라. 만날 친구와 거주지 거리가 꽤 멀어서 서로 이동하기 용이한 곳을 찾았는데, 자차로 편도 50km 정도 가야 하는 곳이라 라봉이에게 미리 이야기할 것이 많았다. 장거리 운전을 많이 안 해보기도 했고, 아이만 태우고 운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혹시나 아이가 뒤에 앉아서 어떤 행동을 할까 걱정이 되었다. 출발하기 전부터, "라봉아, 엄마가 운전을 시작하면 차를 멈출 수 없어. 물통은 떨어뜨리지 말고 잘 가지고 먹고! 화장실도 미리미리 가자." 등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출발 전 점심시간이 애매해 빵집에서 빵을 고르기로 했다. 차에서 먹어야 하는 시간이어서 무언가 흘리지 않는 빵을 고르길 바랐는데 라봉이는 피자빵을 골랐다. "라봉아, 차에서 먹어야 하니까 우리 흘리지 않는 모닝빵을 먹을까?"라고 물어보았는데, 비닐봉지를 받치고 먹으면 된단다. (ㅎ) 이제 말로는 설득할 수가 없다. 결국 라봉이가 원하는 피자빵과 물, 빵, 비닐봉지, 휴지 등을 챙겨주고 운전대를 잡았다.

걱정했던 거와 달리, 아이는 꼼꼼하게 흘리지 않게 먹고, 물통 뚜껑도 잘 닫아 자리에 두고 엄마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는 듯했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탈 때에는 "아빠, 티니핑 틀어줘! 그거 아니야, 00 핑 틀어줘!" 요구사항이 구체적인데, 엄마가 틀어준 랜덤 하게 나오는 티니핑노래를 불만 없이 열심히 따라 불러주더라. 또 중간중간 차가 많은 구간에서는 교통상황도 살펴주기도 했다. (ㅎ) 피자빵 먹고 쫑알쫑알하다가 금세 잠에 들었다.

다소 걱정되었던 일정은 라봉이의 협조로 순조로웠고, 키즈카페에서도 알차게 시간을 보내주었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도 열심히 헬로카봇 노래를 부르며 무료한 시간을 즐긴 아이였다. 오늘의 시간들로 엄마인 나도 이제 라봉이와 함께 다닐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한층 높아졌다. 아이와 함께 단둘이 또는 세 가족 함께 장기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정말 실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일까 싶기도 하고, 라봉이가 10살이 되기 전에 꼭 도전해 봐야겠다 싶다.

물론 라봉이의 성장이 유치원에 입학하고 갑자기 드러난 것은 아니겠지만, 유독 일주일간 아이가 이야기했던 말들, 그리고 오늘의 의젓한 모습들을 보니 한층 성장한 듯하여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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