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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Mar 16. 2024

아이의 유치원 적응을 돕는 엄마 아빠의 마음

유치원에 가는 여정, 집에 가는 여정을 즐겁게 하기

3년 꽉 채워 어린이집 다닌 라봉이라, 기관 적응은 걱정할 것 없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이기도 하고 새로운 생활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 학기 초이기에 엄마아빠도 한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제 갓 1주일이 지난 시즌! 최대한 라봉이와 마주하는 시간엔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 있을 일을 알려주고 이해하게 해 준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등원하는 것은 태어난 이래로 처음이라 (ㅎㅎ)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로 아침시간을 준비해 준다. "라봉아, 일어나야지~"로 시작하지만 꿈틀거리기만 할 뿐인데, "라봉이가 좋아하는 감자, 엄마가 다 먹어야겠다~"라고 하면 번쩍 일어난다. 일어나는 게 조금 힘들어도 좋아하는 것을 못 먹는 것은 더 슬픈가 보다 ㅎㅎㅎ

 

아침 등원하는 차 안에서도 엄마와 꼭 안고선 잠깐의 안정적인 시간을 갖는다. 라봉이가 엄마한테 꼭 안겨있을 땐 '엄마 매미'라고 부르고 있는데, 아이는 그 상태를 많이 좋아한다. 더 어릴 땐 안전상의 이유로 무조건 카시트에 앉쳤는데 지금은 안전에 대한 부분 아이가 잘 인지하고 있고, 등원시간 외에는 카시트에 잘 앉으니 잠깐이라도 정서적인 안정을 더해주기로 했다.


하원은 어린이집 다닐 때처럼 동일하게 아빠가 데리러 가고 있다.  어린이집 다닐 땐 엄마가 아니면 싫은 표정을 짓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해서 아빠가 속상해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유치원에 "아빠가 데리러 오는 친구도 있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럴 수도 있음을 이해하는 것 같다. 


오늘은 특히, 아빠와 하원길에 전화를 하고선 평소 하지 않는 말을 하더라.

(엄마는 근무 중 전화받음)

"엄마! 오늘 야채 ~ 갈 거야"

"야채를 어떻게 했다고..?"

"아니 아니 , 아빠랑 야채 사러 갈 거라고"

"아~ 그래. 야채 맛있는 거 많이 사 와" 하고선 전화를 끊었는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남편과 아이가 함께 장 봐온 재료들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라봉이가 마트에서 직접 호박, 당근, 감자를 골랐다고 한다. 호박 잘 안 먹었었는데 갑자기 무슨 변화가 있던 것일까 싶기도 하고 놀라웠다. 아빠와 함께 감자, 당근을 세척하며 함께 볶음밥을 만들었다며 맛있게 뚝딱 다 먹더라. 그리고선 엄마도 빨리 와서 먹어보라고 한 입 먹여주기도 하고 말이다.


평소에 없던 일이라 "갑자기 웬 야채를 사러 간 거야?"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나의 물음에 답 하기 전에 하원 이야기를 먼저 해주었다.  라봉이가 하원하고 차에 탔는데, 오늘따라 심술이 났는지 투정을 부렸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 가는데 원하는 길로 가달라고 지시(?) 해서 한참 돌아왔다고 했다. 남편도 아이가 '유치원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라고 느껴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차 방향을 움직여주었고, 가보니 이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길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어린이집 등하원 길이 나름 향수처럼 남아있나 보다.)


원하는 길로 가니 라봉이도 기분이 좋아져서 쫑알쫑알 시작했다고 한다. "유치원에는 맛있는 것도 엄청 많아" 이야기하다가 점심때 먹은 식단 이야기 하다가 기승전 야채로, 야채를 먹자고 이야기를 했나 보다. (아마도 아빠의 빅피쳐?) 남편도 건강한 재료로 저녁을 챙겨주고 싶어서 같이 장을 본 것이라 한다. 그래서 평소 잘 구매하지 않던 갖가지 야채와 과일을 한 아름 사 왔구나! 엄마가 좋아하는 딸기와 파인애플까지 같이 고른 남편과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도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마음을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같았고 남편도 세심하게 아이와의 대화를 이끌어 서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이가 부모를 만나는 절대적인 시간은 짧지만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그동안 잘 챙겼고 이뤄내고 있던 것 같아 뿌듯한 장면이다. 퇴근 후 9시나 되어 돌아온 엄마 입장에서, 아이도 남편에게도 많이 고마웠다. 남편도 매일 똑같이 일하고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힘들 텐데 잘 챙겨주어 든든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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