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나다라봉 Mar 17. 2024

아빠, 엄마가 보고 싶은 5살 아이의 표현

유치원 2주 차, 아이는 하원을 얼마나 기다리는 것일까?

유치원에 등원하고 평일 5일과 주말 2일이 지났으니 한 주 사이클을 보낸 아이다. 요일, 시간도 차츰 기억하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오늘도 라봉이는 등원을 했고, 아빠가 데리러 오는 시간을 기다렸을 거다. 아빠를 만난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빠, 아빠 언제 올 거야?, 환할 때 올 거야? 아니면 조금 어두울 때 올 거야?, 아니면 깜깜하면 올 거야?"


분명 조금은 어둑할 시간에 데리러 가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해가 있을 때, 파란 하늘일 때 왔으면 한다고(빨리 오라고) 아이는 연거푸 아빠에게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유치원에 엄마가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가 있을 때 첫 번째 하원 차량이 다니니, 친구들의 50% 이상은 집에 갈 테고, 조금 어두울 때도 동일 연령의 통합반이 되니 그때도 모여있다가 줄어들 테고, 깜깜해지면 5~7세 반 통합으로 10명 이내로 남는다. 누가 마지막까지 남아있을지 아이들끼리 긴장 상태로 있는 것일까? 퇴근 후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아이는 아빠를 만나면 쫑알쫑알 하고싶은 말을 한다. 집에 도착하면, 엄마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아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아이는,


 "엄마, 엄마! 빨리 왔으면 좋겠어, 엄마! 오늘은 빨간 기차 타지 말고 하얀색 기차, 그... 그, 고속열차 타고 와!"


라봉이엄마가 대중교통을 타고 회사에 다닌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기도 해서, 네모난 모양의 느린 열차(지하철)를 알고 있다. 그리고 최근 가족여행에서 탄 고속열차가 기억에 많이 남았는지, 빨리 달리는 열차를 타고 오라고 한다. 매번 엄마가 늦게 가는 것을 기차 탓을 했던지라, 빠른 기차를 타면 빨리 오겠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엄마인 나는, 야근을 떼어내지 못하고 결국 아이가 잠든 시간에 들어갔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의 회사에 다니는 것도 물론 이유지만, 야근을 떼어내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가 내면의 두 얼굴을 맞이하는 괴로운 일이다.


남편은 이 대목에서, 야근을 해야 할 일이라면 구조적으로 회사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오늘 하루 늦었다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앞서 종종 야근할 때 혼자 아이를 케어하며 힘듦이 느껴질 때, 내게 부탁하며 이야기한 말이었다. 남편은 어린이집 재원 시절도, 지금도, 일을 회사로부터 잘라내고 퇴근해서 하원을 맡고 있기 때문에 내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을 어떻게 잘라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요청을 해서 실질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모르겠던 것은 아니고, 지난 3년 동안 단축근무, 주 4회 근무, 주 2회 재택근무 등 회사에서 가장 많이 근로조건을 변경하고 실험했던 사람이었는데, 결국 업무특성과 역할에서 오는 한계, 그리고 소규모 조직에서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남편이 거듭 강조하는, '쿨하게 끊어낼' 내 마음이 중요할 수도 있고... 여하튼 그 고민 끝에 이미 나는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만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말을 해둔 상태여서 더욱이 그렇다.


그래서 3월 딱, 눈 질끈 감고, 나도 잘 마무리하고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힘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다음 날, 아이의 추가 이야기!

7시쯤 하원시간에 전화가 왔다.


"엄마!! 엄마!! 오늘은 빨리 왔으면 좋겠어. 엄마 어제 왜 고속열차 안 탔어. 고속열차 타고 와야지. 왜 왜 왜! 내가 고속열차 보냈는데!, 내가 고속열차 타라고 했잖아."


엄마가 어제 늦어서 못 본 것이 속상했는지, 오늘은 더 더 말이 많아진 아이다. 오늘도  많이 보고 싶어 했다는데 오늘도 아이가 잠든 후에 퇴근 중 (ㅠ)


"내일은 아빠 회식날이니, 엄마가 하늘이 환할 때 갈게!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