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을 결심한 건, 작년 말. 이렇게는 나도 우리 가족도 아이도 온전히 살아갈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자아성취를 위해서라도 '일'은 놓고 싶지 않았는데, 그 욕심이 화를 불렀다. '워킹맘'이지만 워킹맘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가장 큰 화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큰 결심으로 육아휴직 3개월을 확정받았다. 누군가는 '한 달살기'처럼 장기 여행을 계획하고,뚜렷한 목표로 무언가 시도하기 위해 그 시간을 활용하지만 나의 목표는 '일상의 정상화' 그뿐이었다.
첫 번째, 나의 회복탄성력을 살리는 일.
육아휴직 전 나의 상태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어느 곳에서도 편하지 않은 마음이지칠 대로 지친 상태. 건강하지 못한 생각들이 지배하고 있던 상태였다. 도무지 다시 잘해 볼 힘이 나지 않아한없이 게을러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인사이드아웃 라일리에게 행복이와 슬픔이가 없던 그 상태처럼, 버럭이와 까칠이만 남아있는 나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다시 찾아야 한다. 나의 에너지를.
두 번째, 아이의 일상 루틴 찾아주기.
아이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 보내고 3년 정도 흐른 시점. 아이는 12시간씩 어린이집에 머물러야 했다. 생활습관을 만들어주어야 할 시기이니 아침과 저녁시간을 확보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자면서 등원하는 것이 아닌 옷을 입고 아침밥도 먹고 엄마아빠와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런 일상말이다. 저녁도 그저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게 아닌 같이 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함께하는 시간이꼭 필요하다.
세 번째, 남편과의 즐거운 대화.
생각해 보니 대화도 급격히 줄었던 부부사이. 그저 아이를 케어하기 급급했다. 더군다나 9할은 남편이 하원을 맡았고 저녁시간까지도 엄마인 내가 나타나지 않으니 홀로 그 무게를 견뎠을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육아 최전선에서 설상가상으로 마음의 여유, 에너지 없는 아내를 바라보는 게 무척 힘들었겠지 싶다. 우리 부부에겐 즐거운 상상의 대화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 3개월 동안 다시 찾으려던나의 육아휴직은 어땠는가?결론으로, 정말 정말 잘했다. 마음가짐도, 아이와의 시간도 남편과의 시간도 많이 회복했다. 그동안 '일'에 매몰되어 있던 나의 시각이 '자신'과 '가족'으로 전환되었고 그 결과 이제야 아이의 행동, 몸짓, 눈빛이 보인다. 이제야 남편의 희생과 노력이 보인다. 참 나 자신이 못났다 싶지만 과거를 탓하진 않기로 하자. 이제라도 알았으니 더 잘 만들어 가면 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까. 유한한 나의 젊음과 시간을 부정적인 생각으로 보내기엔 너무 아깝고 아쉽다. 우리 가족의 젊음과 시간도 그렇다. 더 풍요롭게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그 마음으로 더 많이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