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나다라봉 Aug 14. 2024

5살 아이와 보내는 일상, 사실 이게 정상이지

거창하지 않아도 행복하면 그만이죠.

육아 휴직을 결심한 건, 작년 말. 이렇게는 나도 우리 가족도 아이도 온전히 살아갈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자아성취를 위해서라도 '일'은 놓고 싶지 않았는데, 그 욕심이 화를 불렀다. '워킹맘'이지만 워킹맘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가장 큰 화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큰 결심으로 육아휴직 3개월을 확정받았다. 누군가는 '한 달 살기'처럼 장기 여행을 계획하고, 뚜렷한 목표로 무언가 시도하기 위해 그 시간을 활용하지만 나의 목표는 '일상의 정상화' 그뿐이었다.


첫 번째, 나의 회복탄성력을 살리는 일.

육아휴직 전 나의 상태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어느 곳에서도 편하지 않은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 건강하지 못한 생각들이 지배하고 있던 상태였다. 도무지 다시 잘해 볼 힘이 나지 않아 한없이 게을러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인사이드아웃 라일리에게 행복이와 슬픔이가 없던 그 상태처럼, 버럭이와 까칠이만 남아있는 나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다시 찾아야 한다. 나의 에너지를.


두 번째, 아이의 일상 루틴 찾아주기.

아이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 보내고 3년 정도 흐른 시점. 아이는 12시간씩 어린이집에 머물러야 했다. 생활습관을 만들어주어야 할 시기이니 아침과 저녁시간을 확보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자면서 등원하는 것이 아닌 옷을 입고 아침밥도 먹고 엄마아빠와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런 일상말이다. 저녁도 그저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게 아닌 같이 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 번째, 남편과의 즐거운 대화.

생각해 보니 대화도 급격히 줄었던 부부사이. 그저 아이를 케어하기 급급했다. 더군다나 9할은 남편이 하원을 맡았고 저녁시간까지도 엄마인 내가 나타나지 않으니 홀로 그 무게를 견뎠을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육아 최전선에서 설상가상으로 마음의 여유, 에너지 없는 아내를 바라보는 게 무척 힘들었겠지 싶다. 우리 부부에겐 즐거운 상상의 대화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 3개월 동안 다시 찾으려던 나의 육아휴직은 어땠는가? 결론으로, 정말 정말 잘했다. 마음가짐도, 아이와의 시간도 남편과의 시간도 많이 회복했다. 그동안 '일'에 매몰되어 있던 나의 시각이 '자신'과 '가족'으로 전환되었고 그 결과 이제야 아이의 행동, 몸짓, 눈빛이 보인다. 이제야 남편의 희생과 노력이 보인다. 참 나 자신이 못났다 싶지만 과거를 탓하진 않기로 하자. 이제라도 알았으니 더 잘 만들어 가면 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까. 유한한 나의 젊음과 시간을 부정적인 생각으로 보내기엔 너무 아깝고 아쉽다. 우리 가족의 젊음과 시간도 그렇다. 더 풍요롭게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그 마음으로 더 많이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