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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솔송 May 02. 2022

거울 속에 다른 내가 서 있다면?

출산 후 이야기.


얼굴에 표정이 지워진 지 오래다. 안경을 쓰고 화장실로 향한다. 볼일을 보고 무심하게 거울을 본다. 거울에서 형체만 확인한 뒤, 익숙한 듯 거울을 지나친다. 그녀는 얼굴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 머리를 질끈 묶고 울고 있는 아기에게로 간다. 출산 후 빠진 머리카락은 봄 잔디처럼  올라왔다. 세수를 안 하고 잔적도 없는데, 피부는 깨끗하지 못했다.  예전에 피부가 좋았다는 그녀의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햇빛을 많이 받아 점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체념한 듯 나온 배는 그녀의 두 번 출산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임신 때 찐 살이 이제는 원래의 몸처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그녀의 옷들도 이제는 미디엄이 아니라 라지가 되었다. 그녀에게 다이어트가 어려워 보인다.



남편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녀는 둘째를 아끼 띠에 메고 첫째와 함께 집 앞을 나섰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를 하는데, 중요한 미팅이 있어 잠깐 밖에 나가 달라고 했다. 집 앞 긴 원형 모양 땅에 상수리나무들이 심겨 있다. 그곳에 다람쥐와 새들이 잠깐씩 쉬어간다. 그 쉬어감에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 첫째가 가지고 나간 비눗방울을 다 불고 나서야 집에 들어갔다.




그녀는 아기띠에서 자다  둘째를 다시 재우기 위해 침대에서 기저귀를 갈고 있다. 매무새를  정리하고 기를  들려고 하는 순간, 그녀의 허리에 제우스의 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극심하게 오면서 다리 움직이기 힘들었다.  아기띠를 하고 장시간 밖에 나가 있던 게 그녀의 허리에 무리가 갔다. 앞으로 가고 있지만, 다리는 허우적 되기 시작했다. 마음만 앞으로 가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뼈를 쥐어짜는 고통이 동반되었다. 한 걸음걸음을 떼기 어려웠다.




그녀는 허리가 마비가 되면 다리를   없는지 몸소 체험했다.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한  누웠다. 움직이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때도 아파서 끙끙 앓았다. 생전 겪지 못한 일이었다. 앉아서 하는 생산적인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누워있었다.




그녀는 해오던 것들을 멈추었다. 아픔에 아무것도   없게 되자, 좌절을  먼저 느꼈다. 그녀는 항상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면 방해 요소가 생겼다며 글썽였다. 아픈 현실과 부정적인 생각들로 의욕이 도마뱀 꼬리처럼 잘려 버렸다. 실패자가    같고 낙오자가  기분이었다.




다음날 동네 언니의 도움을 받아 침 맞으러 갔다. 침 맞고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녀는 카이로 프로텍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다행히 디스크는 없지만 많이 삐뚤어져 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허리가 아픈 것이었다.




치료  허리가 조금 시큰 거림이 있지만, 생활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허리를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반복된 일상처럼, 시계의 발자국처럼 무심히 지나간다.




그녀는 얼굴에 로션을 바르다. 거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젊음이라는 이유로 예뻤던 시절이 지나갔다. 거울 속에는 이렇게 변할 거라 생각지 못한 그녀의 당혹감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를 부르는 이름과 생각은 같은데, 신체가 달라져 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엘렌 바스의 <중요한 것은>이라는 시의 마자막을 떠올린다.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너를 받아들이고 나는 다시 너를 사랑할 거야라고

그녀는 혼자 웅얼거린다.

그 사랑으로 인생 끝자락에는 결국 해피엔딩일 거라며, 작은 희망을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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