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힘
개인적 사정으로 1년 넘게 집 밖을 못 나가고 지박령이 되어 살고 있다. 어떤 이는 미국에서 독박 육아에 운전도 못하는데 우울증 안 걸리고 잘 지내는 모습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괜찮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차를 못쓰기 때문에 남편의 도움 없이 밖을 나가기가 힘들다. (한국과 달리,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은 대도시 말고는 잘 없다)
다행인 건 이 시간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내년쯤이면, 운전할 수도 있어서 작은 희망이 보인다.
타국에서 우울증 걸리지 않고 나름의 방법으로 잘 사는 노하우를 공유를 하려고 한다. 엄마가 즐거우면 아이도 즐겁고, 육아가 덜 고되게 느껴진다.
첫 번째,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주말에 두 아이가 낮잠을 잘 때, 뒷 뜰에 의자를 갖다 놓는다. 책을 보기도 하고 차 한잔 하면서 멍 때리고 있다.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지나가던 새를 응시한다. 날씨의 표정을 읽는다. 잔디가 안 깔린 뒷부분은 풀들로 뒤덮여 있다. 해마다 자라는 풀들을 구경한다. 이름을 찾아보보기도 하고, 작년에 자랐던 풀이 또 났는지 확인을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 번씩 혼자 카페도 간다. 그 몇 시간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좋지만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것도 즐겁다. 남편이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그 시간만큼은 값지다.
두 번째, 도서관 – 작은 기쁨 채집.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을 빌려본다. 동화책 그림들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다양하고 예쁘다. 여러 가지 크기의 동화책들과 그림들로 눈이 즐겁다. 아이디어가 기발한 동화책부터 마음이 훈훈해지는 동화책까지 다양하다. 영어로 되어있어 글밥이 많은 것보다는 작은 것 위주로 선택을 한다. 동화책이 주는 따뜻함이 좋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공간전환의 즐거움도 있다. 책을 고를 때의 설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잠깐 동안이지만 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도서관에 있으면 미국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세 번째, 마음 들여다 보기.
이유 없이 화가 나가나 짜증이 나는 날이 있다. 그럴 때 꼭 마음을 헤아려 본다. 분명 이유가 있다. 잠을 많이 못 잤거나 육아에 지쳤거나 타인과의 관계가 힘들거나. 이때 녹차나 향이 좋은 차를 마신다. 여유가 될 때는, 종이에다가 써본다. 쓰다 보면 불편한 마음 조각들이 보인다. 그 불편한 마음에 수긍한다.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본다.
네 번째, 뒤뜰 꾸미기
깻잎과 화분들. 매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첫째 아이와 함께 뒷마당 화분에 물 주고 있다. 맨드라미, 로즈메리, 수국, 블루베리 나무 많지는 않지만, 매일 보듬어 준다. 지금은 블루베리가 푸르게 영글어서 먹음직스럽다. 매일 물을 주며,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걸 기다린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태양빛을 먹어가며, 지지 않고 살아내는 풀들을 보며 생명력을 느낀다. 푸르른 것을 보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많이 환기된다.
다섯 번째, 수업 듣기와 북클럽
관심 있는 수업들을 신청해서 듣는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수업들이 줌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시간에 맞춰 수업 듣는다. 새로운 수업 들으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이 있다. 글쓰기 강좌와 드로잉 수업을 듣고 있다. 어려울 때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는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어 준다.
북클럽을 통해서 책과 좀 더 가까워졌다. 혼자 읽으려면 잘 안되지만, 함께하면 결국 책을 읽게 된다. 좋았던 구절, 공감되는 구절을 나누다 보면 책이 풍성해진다. 매번 완독을 못할 때도 있지만, 최소 한 달에 한 권은 읽게 된다. 10개월 아기와 3살 아이가 있어서 아이들이 잠든 시간을 이용한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도, 안 하는 거보다는 났다는 생각을 하며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미국에서 애들 낳고 나름 즐겁게 사는 다섯 가지 비법이다. 해외에 사시거나, 혹은 육아로 힘들고 외롭고 지치 신분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면 우울이 좀 걷어진다. 나를 사랑하는 느낌이 든다. 나를 위하는 시간. 나를 생각하는 시간.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사람도 참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이런 시간이 충전되면, 쓰러져가던 마음이 회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