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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솔송 Mar 18. 2022

그땐 그랬지.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끝이 없는 이야기 평행선에서 말이 오고 가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줄어드는 시간과 달리 의견은 좁혀지지 않는다.

뱃속에 있는 둘째 리오 정기 검진하러 산부인과 가던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태어나서 100일까지가 제일 힘들었었어. "

잠 못 자고 얼마나 괴롭던지, 지쳐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었었어.

나직이 읊조렸다. 





이 말에 남편은

"아니, 돈 버는 게 더 힘들어."

여기서 대화는 단절되고 만다. 끝이 났다. 




서로가 내가 가장 힘들다. 내가 가장 고생한다. 희생한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적막함 속에서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산부인과에서는 둘째 역아 사실을 알려주면서 제왕절개 날짜를 잡게 되었다. 

그렇게 제왕절개를 하게 되어 누웠다 일어났다 하는데 남편의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몸이 불편한 나를 도와주기 위해 남편도 새벽에 같이 일어났다. 그제야 수긍하기 시작했다.





2시간 자다가 새벽에 일어났을 때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을!!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오늘이 내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부 명확한 삶을.

자연 분만한 첫째 때는 잘 몰랐었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은 재택 하는 날과 주말 오전에 리아를 보고 있다.

덕분에 늦잠을 잔다. 




항상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동생에게 밀려 서러움에 짜증을 내는 첫째와  한창 손이 많이 갈 개월 수인 생후 7개월의 둘째.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게 한 아이의 2배가 아닌 3배 4배로 다가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남편은 육아의 디테일을 잊어버렸다. 

한밤중에 기저귀를 가는데, 메인 등을 활짝 켜고 기저귀 갈기. (너무 밝으면 아이가 잠에서 깬다. 아기를 다시 재워야 한다.) 

밤에 아기가  자고 있는 방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물건을 가지러 가기. (시끄러워서 깬다.)

아기 똥이 옷에 묻으면 옷을 버리라고 하기. 




샤워하는 동안, 둘째를 보라고 했더니 본인만 안으면 운다는 둘째. 본인이 아기를 못 보겠다며 육아에 소질이 없다며 얘기했다. 자세를 바꿔가면서 이리해보고 저리 해보는 게 아니라 아기에 왜 우냐며 반문하고 있다. 



육아 스트레스들이 아슬아슬하게 도미노처럼 서있다. 남편의 행동은 시작점이 되어 도미노 패들이 하나둘씩 넘어진다. 




사소하지만 단전에서부터 시뻘건 용암이 울렁거렸다.  당연히 알고 있을 꺼라 생각했던 세심한 부분을 잘 몰랐다. 덕분에 목소리는 항상 격양되어 있었다. 처음엔 화를 내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을 때 아이가 편한 자세로 안아야 된다. 허리를 뒤로 살짝 젖힌 다음에 한쪽 어깨에 아기를 걸쳐야 된다. 




첫째가 있기 때문에 육아에 관해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첫째를 낳았어도 육아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다. 차근히 설명해야 한다. 이미 육아로 몸도 마음도 힘든데, 남편에게 설명하는 게 지칠 때도 있다. 육아 동지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다 생각하며 다시 한번 설명한다. 




얘기하지 않으면 육아의 격차가 많이 나서 힘들 수도 있다. 육아 공부하는 게 힘들다고 했을 때 부모로서의 의무라고 얘기했다. 육아 관련 짧은 동영상을 보라고 카톡으로 보낸다.  




둘째가 울어도 계속 아빠에게 맡겼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지금은, 아빠만 보면 까르르 웃으면서 잘 있는다. 

남편도 아기도 함께 있는 법을 터득했다. 




첫째 때는 서로가 더 힘들다고 얘기했고 둘째 때는 너의 몫이라며 서로 미뤘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몸이 빠릿빠릿해졌다.




 팔목이 아파 아기를 씻기가 어려워 첫째 때부터 남편이 목욕을 시켰다. 이제는 뚝딱하면 아이들이 씻어서 나온다. 빠른 손놀림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남편은 감기에 걸려 아픈 몸을 이끌고 한글학교에 첫째를 데려다주러 갔다. 집에서 1시간이나 걸리고, 운전하는 걸 젤 싫어하지만 갔다. 이제 리아가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남편은 갔다.



남편은 육아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라는 걸 안 뒤로, 같이 해내간다. 




설거지를 해서 고맙다. 맛있는 밥을 해줘서 고맙다. 샤워할 동안 리오를 봐줘서 고맙다고 표현을 한다. 자기 전에 오늘도 수고했다며 서로 다독여 준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잊지 않는다. 시간은 금방 가고 아이들은 훌쩍 큰다며 서로에게 오늘도 고생했어라고 말한다. 




 그때는 왜 그리도 화가 나고 힘들었는지. 그땐 그랬지라고 하며 웃으면서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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