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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픽스의 빗치 Nov 09. 2020

타자

2018.1.12.

지난 밤 꿈에 나는 백인 가정에 입양돼 자란 동양인이었다.

다행히 좋은 가족을 만나 사랑받고 자랐다. 부모님은 나를 입양한 후에 아이 두 명을 직접 낳았지만 나는 조금의 차별도 느낄 수 없었다. 두 동생도 나를 누나로 인정했다. 나는 머리와 피부, 눈동자 색깔만 다를 뿐 완벽하게 그들의 일원이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나는 방학을 맞아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집 근처에 있는 동물원에 찾아갔더니 마침 사람이 필요했다며 원숭이 우리를 청소하는 일을 맡겼다. 나에게 할당된 우리 안에는 6마리 정도의 거대한 원숭이가 있었다. 짙은 고동색 털에 눈동자마저 새까매서 그냥 큰 덩어리들로 보였다. 몸집도 워낙에 커서 선뜻 우리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원숭이들은 “우우우우” 하며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든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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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처음에는 모두 짙은 고동색 털이 있는 원숭이로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백인 디폴트 됐던 내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그들이 모두 동물처럼 갇혀서 전시되고 있는 흑인이라는 게 보였다.

우우우우 처럼 들리던 그들의 말이 사실은 내가 쓰는 것 보다 더 완벽한 영어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동양인이었기 때문에 동병상련이 있었던지 그들도 처음엔 경계하던 나를 조금씩 받아들여주기 시작했다. 나름 제일 친한 친구도 생겼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잘 있는지 보기 위해 백인 부모님과 동생들이 동물원에 찾아왔다. 고생한다면서 집에서만 먹던 맛있는 간식을 주기에, 내 친구들이랑 같이 먹겠다고 철창 쪽으로 들고 갔더니 가족들이 경악하면서 왜 그걸 원숭이랑 나눠먹냐고 했다.

저거 보라고,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가족은 이해를 못했다. 너무 오래 일을 했더니 애가 미친 모양이라고도 했던 거 같다. 철창 안에서는 내 제일 친한 친구가 엄청 슬픈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음..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 와중에도 나는 백인 가족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반쪽짜리 백인으로 내 꿈 속에 등장해서 흑인들과 나를 타자화 시켰구나 싶어서 좀 소름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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