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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 Sep 16. 2019

고양이 너만 없어? 나는 있지.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달랐다

"한 번 안아볼래?"

"아니 아니.. 어후 불안해서 못 안아.."


저 작고 아슬아슬한 것을 어찌 안는담? 나는 순한 아이던, 작고 귀여운 아이던 강아지와 고양이는 잘 만지지 못했다.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려동물에는 완전 무지했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만지기라도 했다가 애가 다치거나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머리를 아래로 쓸어야 하는지 위로 쓸어야 하는지, 어느 부위를 만지면 좋아하고 어딘 싫어하는지 정말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보는 것은 귀엽고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애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얼마 안 돼서 남편이 고양이를 키우자고 제안이었다. 동물을 참 좋아하는 남편은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강아지 종을 다 알아보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키워본 적은 없었다. 독립으로 자유도 얻었고 마침 주위에 집사가 한 둘 있었다. 우리는 진지하게 의논했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경험한 적도 없고 지식도 없었다. 한번 결정하면 15년에서 20년간 쭉 그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리 둘은 살면서 스스로를 제외하고 다른 누군가를 책임져본 일이 없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아기 치코

기나긴 고민 끝에 작년 10월 치코를 데려왔다. 지난 8월 막 한 살이 된 치코는 사람 나이로 청소년기라 한참 에너지 넘치고 밤낮없이 놀아달라고 울어댄다. 새벽 4~5시에 작정하고 내 배를 여러 번 밟고 지나가거나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 깨우기도 하고, 잘 놀다가 너무 흥분해 손을 물어버리기도 한다. 틈만 나면 여기저기 훌쩍 떠나길 좋아했던 우리 부부는 이제 1박 2일 캠핑도 오전에 마무리하고 서둘러 돌아온다. 누군가는 비교할 수 없다지만 나는 가끔 치코를 보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들의 책임감을 가늠해본다.



우리 부부는 치코와 함께하면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즐거움을 공유한다.(물론 다툼도 있지만) 그 전보다는 신경 쓸 것도 많고 불편해진 것도 있지만 그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도 많아졌다. 걱정했던 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었다. 이제는 우리 치코를 안고 있는 것에 평화와 행복을 느끼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잡고 양치질도 아주 잘한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책을 읽을 때 무릎에 기대 잠들 줄 알았지만 치코는 내 무릎에 0.5초 앉아있질 못하고 도망간다. 고양이는 혼자 잘 놀 줄 알았지만 혼자 노는 것을 두 손 놓고 지켜봐 주어야 하는 관종이었다. 사진으로 봐와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고양이 잴리가 그렇게 사랑스러운지는 겪어 보고 나서 실감했고, 다른 고양이는 물 마시는 걸 싫어한다지만 치코는 우리보다 물을 자주 마셨다. 내가 안는 건 싫어했지만 멀치감치서 나를 졸졸 따라다녔고, 양볼을 만져주면 눈을 감고 느끼며 턱도 만져달라고 하는 게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몰랐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평화롭고 따뜻했다. 치코와 살면서 다른 집 고양이와 강아지도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


아직도 치코를 만난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데리러 가는 길과 날씨, 우리에게 치코를 안겨주던 분의 말씀과 집에 돌아오는 길까지. 우리의 사랑하는 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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