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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 Nov 08. 2020

편한 속옷에 대한 단상

만병의 근원, 브래지어. 정말 편한 속옷은 없는걸까?

평소 건강에 별 문제가 없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온몸에 기능도 떨어진다. 활력도 떨어지고 편두통에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런 날은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조금만 먹어도 위가 쪼이듯 아프기 때문이다. 이지경까지 이른다면 나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브래지어 벗어던지기'

그럼 한방에 모든 것이 해결된다. 소화는 물론이고 두통도 사라지고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다. '살 것 같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겨우 가슴에 두른 천 쪼가리를 벗어던지는 게 골골거리는 나를 되살리곤 한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많은 여자들이 느끼는 현상일 것이다. 내가 유독 몸이 예민한 편이라도 브래지어의 기능을 보면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슴을 예쁘고 크게 보인다는 목적하에 멀쩡한 몸뚱이를 고무줄과 딱딱한 보철들로 칭칭 감아 쪼여놓는데 어찌 편하겠는가. 다만 너무 일상적으로 착용하기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외출할 때만 브래지어를 착용했고 커서는 두터운 옷을 방패 삼아 외출 시에도 생략할 때가 많다. 그 편안함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나갈 때마다 챙겨 입어야 하는 브래지어를 보며 자괴감이 들 정도다.


내가 특히나 불편해하는 것은 흉부 압박이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소화가 안 되는 것은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다. 기운 없는 날에는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한다. 이럴 땐 보기 안 좋더라도 어쩔 수 없이 브래지어 밴드를 한 손으로 잡아 들어주어 압박을 줄여준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않겠는가.

누군가 이런 나를 보고 내가 유독 예민한 것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라며 말이다. 실제 나처럼 바로 몸이 아프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불편함을 못 느낀다 해도 그래도 하루 종일 가슴을 조이는 밴드가 몸에 이로울 리 없다.


결국 가장 편한 것은 안 입는 것이 최고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편안함은 그 어떤 속옷도 따라올 수 없지 않은가. 시중에 편하다고 나온 속옷은 다 입어봤지만.. 강도의 차이만 있을뿐 그 놈의 밴드를 못잃어서 전혀 조이지 않는 것은 없었다. 자유분방하게 드러내 놓고 다닐 수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 그것까지는 아직 어려운 것 같다. 남들의 시선도 물론 불편하지만 무시하더라도 예민한 부위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안정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니플 밴드, 패드, 노브라 티 등 위 문제를 보완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있지만 맵시나 착용감이 아쉽다. 브라렛, 심리스, 노브라 등 다양한 길을 찾지만 돌고 돌아 다시 밴드가 늘어나 덜 조이는 브라로 돌아오게 된다.

어떤 브라가 정말 편한 속옷일까? 나와 같은 예민 보스 브라 유목민들을 위해 정말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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