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이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어딘가 불안하다. 유난히 매서운 날이다. 이제야 진짜 겨울이 왔나 싶으면서도, 예년보다 덜 춥게 느껴지는 걸 보면 지구온난화가 꽤 지속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10대 시절에는 다들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지금은 그 원인 분석이나 기술적 접근이 그때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한 시간 반 정도 돌았다. 두꺼운 후드 덕분에 귀는 견딜 만했지만, 얇은 밑창을 파고드는 냉기에 발가락이 찢어질 듯 아려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통을 즐기다 보면 사유의 문이 열린다.
'오늘 글감은 뭘로 하지?', '우리 직원들 업무가 과부하 걸리기 전에 챙겨줘야 하는데...'
'아, 그 사람은 아직 나에게 마음의 여운이 남은 것 같다. 조심스레 거리를 좁히려는 눈치인데, 괜히 부담 갖거나 눈치 보지 말고 툭, 편하게 말을 걸어와 줬으면 좋겠다.'
'신학 공부는 왜 했지? 판도라의 상자였나, 열고 나니 트러블만 남네. 교회는 그만두는 게 맞을까...'
오른쪽 귀로 음악을 흘려보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잠기다 보면, 어느새 발가락의 통증도 잊혀진다. 니체나 쇼펜하우어가 된 것처럼, 생각의 깊이가 한없이 깊어진다. 많은 철학자가 산책과 운동 중에 수행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고독 속에 가만히 박혀 있을 때와는 결이 다른, 맑고 깊은 사유가 운동 중에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혐오나 비판 섞인 날 선 철학적 사유가 튀어나와 내가 쓴 글조차 감당하기 버거울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담백한 일상을 적고 싶었다. 매일 수준 높은 통찰을 끄적이는 건 고된 일이니까. 오늘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흐르는 대로 두고 싶다.